[류재윤의 '중국과 中國' (15) 信(정보)] 정보는 넘치지만 신뢰성은 부족
신(信)은 ‘신시(信息)’, 즉 정보를 의미한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늘 정보에 목말라한다. “뭐 하나 분명한 게 없다”는 푸념만 는다. 어느 것이 소위 팩트인지, 소문에 불과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누가 정말 실세인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당연히 성사될 줄 알았는데, 원인도 모르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계약서에 반영하면 문제 없을 줄 알고 공식적인 절차대로 신청했는데, 결국 예상외의 결과를 얻게 된다. 이런 일련의 나쁜 경험을 소문으로 듣게 되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만 갖게 된다.

노하우가 없으니 실패도 반복

[류재윤의 '중국과 中國' (15) 信(정보)] 정보는 넘치지만 신뢰성은 부족
실패 경험만 있고, 실패를 극복하는 노하우가 없다면 늘 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된 줄(실패한 결과)은 알겠는데, 왜 그렇게 된 줄은 모른다(只知其然,不知其所以然)면 문제다.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몰라서 실패했다면 정확한 분석과 피드백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연히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음번에 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행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심혈을 기울인 비즈니스가 실패한 뒤에도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면 다음 기회 역시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번 손해를 보면, 하나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吃一塹, 長一智)

일종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이라면 꼭 극복해야 할 과제다. 매우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만큼 더 심각하다. 정보의 비대칭(非對稱)은 늘 우리를 움츠리게 한다. 정보의 왜곡은 도덕적 해이가 원인일 때도 있지만, 문화의 차이로 인한 오해도 있다. 중국인이 원인 제공자인 경우도 있지만, 일부 미숙한 중국전문가의 무책임한 조언도 한몫한다.

과연 중국에는 정보가 부족할까. 아마도 “검증 안 된 정보, 즉 첩보는 많아도 (정확한) 정보는 부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보를 크게 편의상 ‘정량(定量)’적인 것과 ‘정성(定性)’적인 것으로 나눠보자. 정량적인 것은 정부의 통계 또는 기업과 관련한 공개된 정보 등이다. 이런 유는 없지는 않은데, 신뢰도는 떨어진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스마트 도시와 관련된 연구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가장 기본적 데이터인 인구 수조차 파악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방 행정부의 각 부문이 인구에 대한 ‘숫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게 모두 제각각으로 다르다고 한다. 부서 간 회의를 해서 나름 근사치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도, 모여서 서로의 근거를 설명하고 조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은 추석연휴 기간 여행객 수 및 소비효과 등의 수치가 근 1주일간의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 발표된 적도 있었다. 통계 발표가 늦는다는 상부의 호통을 의식해서 초스피드로 발표한 것이다. 당연히 그 통계는 믿을 만하지 못했다. 어떤 통계발표는 구미 국가에 비해 더 빨리 발표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뢰도는 떨어진다. 정량적인 정보는 부족하기는 하지만, 없지는 않다. 즉 ‘부족하나마 존재’는 하지만 ‘신뢰성’에 대해서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경쟁기업의 현황, 신용 또는 관련 산업에 관한 공개된 정보를 전적으로 믿고 판단하다 보면 실수할 확률이 높다.

공개된 정보에만 의존하면 안돼

반면 정성적인 정보는 넘쳐난다. 중국에 관한 정치 사회 등의 많은 정보는 홍콩을 비롯한 중국대륙 외의 매체에서도 경쟁적으로 보도된다. 여기에 중국인 특유의 잡담문화(聊天文化)가 가세되면 그 양은 차고도 넘친다. 다만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최근에 모 저명한 철학자가 TV에 나와서 중국현대정치사회를 소개했다. 자신만이 알고 있다며 소개하는 고급 정보는 흥미진진했다. 그 민감한 얘기를 어디서 얻었을까? 분명 홍콩 등의 외국 잡지를 구독했을 것이다.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반중국 온라인 매체도 많다.

이런 종류의 정보는 ‘팩트’도 적지 않지만, 억측도 상당 부분 있다.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많은 중국인을 만나면 이런 시그널과 잡음을 구분하기가 뜻밖에 어렵지 않다. 친구 사이라면 문제의 민감성보다 ‘잡담문화’의 작용이 커서 거침없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검증 안 된 ‘찌라시’ 수준의 기사를 읽고 여과 없이 그대로 믿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무조건 ‘이것이 팩트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自欺欺人(스스로도 속이고 남도 속이다)이다.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