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세수 호조, 미스터리 아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세금이 계속 잘 걷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세는 당초 목표보다 10조원이나 더 걷혀 증가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2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올 1월에는 1년 전보다 3조8000억원 많은 3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3대 세목으로 불리는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가 모두 동반 호조다.
'불황의 역설'만으론 설명 안 돼
세금이 왜 이렇게 잘 걷히는지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경기가 최악’이라는 데 세수는 계속 늘어나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언론에는 ‘세수 미스터리’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세수는 경기, 세율, 각종 감면제도, 세무조사 강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럼 세수 호조의 진짜 이유는 뭘까.
경제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세금이 잘 걷히는 건 불황의 역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인세의 경우 내핍 경영으로 외형 확대보다는 실속을 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불황으로 투자가 줄면서 법인들이 투자세액 공제 등을 못 받아 상대적으로 법인세 세수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법인세 세수가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했고 이런 호조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황의 역설치곤 너무 세금이 잘 걷힌다.
사실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법인들의 2015년도 세전 순이익은 18.7%나 늘었다. 이를 모두 축소 경영 결과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2016년 실적도 상당히 호전됐다. 증권업계 추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의 순이익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수년간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의 결과다. 올해 순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법인세 호조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기업 실적 개선에 실효세율 인상, 비과세·감면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부가가치세도 비슷하다. 수출이 대폭 감소해 부가세 환급이 줄어 결과적으로 부가세가 잘 걷혔다는 해석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1분기 2.2%, 2분기 3.3%, 3분기 2.7%, 4분기 1.6% 등 비교적 양호했던 영향이 무엇보다 컸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내수 경기가 괜찮으니 부가세가 잘 걷힌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법인 실적 개선과 소비 호조, 그리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자영업 소득 증가 등이 법인세 부가세에 이어 소득세 세수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불황에 다들 어려운데 정부만 배불린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세수 호조가 일시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도 흘리는 듯하다.
경기, 생각만큼 나쁘지 않아
단기적, 세목별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총 세수 추이를 결정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경기다. 경기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이 잘 걷힌다고 하면 세수 미스터리는 해결된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경기는 최악이며 결코 좋을 리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 생각을 전제로 세금이 잘 걷히는 이유를 설명하려니 자꾸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설비투자, 제조업 평균 가동률, 수출 등 많은 지표가 최근 호조다. 무조건 ‘경기는 나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불황의 역설'만으론 설명 안 돼
세금이 왜 이렇게 잘 걷히는지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경기가 최악’이라는 데 세수는 계속 늘어나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언론에는 ‘세수 미스터리’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세수는 경기, 세율, 각종 감면제도, 세무조사 강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럼 세수 호조의 진짜 이유는 뭘까.
경제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세금이 잘 걷히는 건 불황의 역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인세의 경우 내핍 경영으로 외형 확대보다는 실속을 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불황으로 투자가 줄면서 법인들이 투자세액 공제 등을 못 받아 상대적으로 법인세 세수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법인세 세수가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했고 이런 호조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황의 역설치곤 너무 세금이 잘 걷힌다.
사실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법인들의 2015년도 세전 순이익은 18.7%나 늘었다. 이를 모두 축소 경영 결과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2016년 실적도 상당히 호전됐다. 증권업계 추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의 순이익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수년간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의 결과다. 올해 순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법인세 호조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기업 실적 개선에 실효세율 인상, 비과세·감면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부가가치세도 비슷하다. 수출이 대폭 감소해 부가세 환급이 줄어 결과적으로 부가세가 잘 걷혔다는 해석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1분기 2.2%, 2분기 3.3%, 3분기 2.7%, 4분기 1.6% 등 비교적 양호했던 영향이 무엇보다 컸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내수 경기가 괜찮으니 부가세가 잘 걷힌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법인 실적 개선과 소비 호조, 그리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자영업 소득 증가 등이 법인세 부가세에 이어 소득세 세수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불황에 다들 어려운데 정부만 배불린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세수 호조가 일시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도 흘리는 듯하다.
경기, 생각만큼 나쁘지 않아
단기적, 세목별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총 세수 추이를 결정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경기다. 경기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이 잘 걷힌다고 하면 세수 미스터리는 해결된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경기는 최악이며 결코 좋을 리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 생각을 전제로 세금이 잘 걷히는 이유를 설명하려니 자꾸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설비투자, 제조업 평균 가동률, 수출 등 많은 지표가 최근 호조다. 무조건 ‘경기는 나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