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이 ‘정책자금 브로커’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책자금 브로커 근절 대책을 내놨다. 자금 신청단계에서 사전 예약제도 운영, 중진공의 전국 31개 지역 본·지부에 융자신청 도우미 배치, 정책자금 브로커 판별 리플렛 제작·비치, 브로커 신고자 면책 및 포상금 상향 등이 골자다. 중기 정책자금을 나눠주는 조직이 이번엔 그 정책자금에 기생하는 브로커를 때려잡겠다며 일거리를 잔뜩 늘리는 꼴이다. 문제는 이런다고 불법브로커가 근절되겠느냐는 점이다.

올해만 3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기 정책자금을 겨냥해 불법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중기경영지원센터, 정책자금지원센터 등 마치 정부기관인 양 간판을 내걸고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과도한 성공보수나 수수료를 뜯어간다. 홈페이지를 버젓이 개설해 자신들이 정부의 중기 정책자금을 다 결정하고 지원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을 현혹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중기청이나 중진공 직원을 사칭해 중소기업에 은밀히 접근하는 일도 빈번하다.

중기 정책자금이 넘치니 이를 빼먹겠다는 브로커도 넘치는 것이다. 정책자금만이 아니다. 연 15조원에 달하는 중기 예산 자체가 ‘묻지마’ 지원으로 흘러가니 브로커의 영역도 전방위적으로 넓어졌다. 처음부터 브로커와 결탁하려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좀비기업이 사방에 널린 건 당연한 결과다.

국가 보조금 전체가 이 모양이다. 농업, 노동은 물론이고 복지, 연구개발, 건설교통, 문화체육 등이 다 그렇다. 보조금을 빼먹기 위한 컨설팅이 곳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이러니 지난해 60조3000억원이 투입됐다는 국고 보조금 사업 2453개 중 정상인 게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대선주자들이 또 보조금 경쟁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중기 정책자금도 예외가 아니다. 난무하는 정책자금에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