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빠져나올 수 없는 '몰락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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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스캔들, 가전·반도체 매각, 원전사업 철수…다음은 상장 폐지?
벼랑 끝에 선 '142년 기업', 원전사업에 베팅하다 자본잠식
회계부정 적발되면서 '치명타'
돈 되는 우량사업 잇달아 매각…엘리베이터 등 일부만 남을 듯
"신뢰 추락…앞날도 불투명해"
벼랑 끝에 선 '142년 기업', 원전사업에 베팅하다 자본잠식
회계부정 적발되면서 '치명타'
돈 되는 우량사업 잇달아 매각…엘리베이터 등 일부만 남을 듯
"신뢰 추락…앞날도 불투명해"
일본 백색가전의 ‘선구자’로 불리는 도시바가 반도체에 이어 원전사업을 매각한다. 미국 원자력 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7125억엔(약 7조12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도시바 내부관리체제 심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장이 폐지될 수도 있다. 2015년 회계부정 사태 이후 굵직한 사업을 정리한 뒤여서 반도체·원전사업까지 떼어내면 2019회계연도 매출은 4조2000억엔(회사 측 전망)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회계연도(7조6681억엔)의 절반 수준이다. ◆원전사업 완전 철수할 수도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경영위기를 초래한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과반을 매각할 방침이다. 해외 원전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알짜사업인 반도체 메모리사업은 이미 분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전체 지분 가치가 2조5000억엔에 달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훙하이그룹, 글로벌 사모펀드 등 10여개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공사 지연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도시바는 손실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미국 연방 파산보호법 11조 적용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이 확정돼야 인수자가 나서기 쉽고, 경우에 따라선 주식 전량 매각도 가능하다.
도시바는 전날 예정했던 2016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를 또다시 연기했다. 지난달에도 원전사업 손실을 확정한다며 실적 공개를 한 차례 미뤘다. 이번에는 웨스팅하우스 경영진이 손실을 계상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손실을 줄이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회계 감사법인이 분기보고서를 승인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1875년 다나카제작소로 출발한 도시바는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전자레인지 밥솥 등 일본산 1호 가전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백색가전의 선구자로 불렸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화 과정에서 변화에 뒤처진 데다 휴대폰, 영상재생기기 등 사업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경영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6년 웨스팅하우스 인수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원전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 6200억엔이란 압도적 금액을 써내면서 인수엔 성공했지만 말 그대로 ‘독이 든 성배’였다. 원전시장은 도시바의 기대만큼 커지지 않았다. 동일본 대지진 후에는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은 부풀어 올랐다. 도시바는 지난 1월 원전 수요 부족과 과당경쟁, 과도한 인수비용 등으로 7000억엔대 손실이 발생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장 3대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대형 회계스캔들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이다. 도시바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2248억엔 규모의 이익을 부풀린 사실이 2015년 드러났다. 이익 지상주의에 경영진의 무리한 목표 제시가 회계부정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일본 내부에서 나왔다. 2015회계연도에는 4600억엔의 순손실을 내는 가운데 알짜 사업도 정리했다. 백색가전 사업부문과 도시바 메디칼시스템즈를 각각 중국 메이디와 일본 캐논에 매각했다.
◆우량사업 매각해 부채 상환
도시바는 반도체와 원전사업 매각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부채 상환에 쓸 예정이다. 2016회계연도 결산일인 이달 말 도시바 자기자본은 -1500억엔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태를 1년 안에 해소하지 못하면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2부 종목으로 떨어진다.
상장사 지위가 낮아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도시바 주식의 상장 폐지 우려가 있다며 이날 감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는 도시바 내부 관리 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5년 9월 ‘특설주의시장종목’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정 기간을 연장했다. 이날 도시바가 제출한 내부관리체제 확인서를 거래소가 심사해 관리시스템이 개선됐다고 판단하면 지정을 해제하지만 개선 여지가 없다고 보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도시바는 엘리베이터 등 사회인프라 사업을 주축으로 원자력을 제외한 화력 등 에너지, 메모리를 뺀 반도체, 정보기술(IT) 시스템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일본 증권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를 계속 매각하면 도시바의 미래가 불확실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도쿄증권거래소의 도시바 내부관리체제 심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장이 폐지될 수도 있다. 2015년 회계부정 사태 이후 굵직한 사업을 정리한 뒤여서 반도체·원전사업까지 떼어내면 2019회계연도 매출은 4조2000억엔(회사 측 전망)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회계연도(7조6681억엔)의 절반 수준이다. ◆원전사업 완전 철수할 수도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경영위기를 초래한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과반을 매각할 방침이다. 해외 원전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알짜사업인 반도체 메모리사업은 이미 분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전체 지분 가치가 2조5000억엔에 달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훙하이그룹, 글로벌 사모펀드 등 10여개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공사 지연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도시바는 손실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미국 연방 파산보호법 11조 적용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이 확정돼야 인수자가 나서기 쉽고, 경우에 따라선 주식 전량 매각도 가능하다.
도시바는 전날 예정했던 2016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를 또다시 연기했다. 지난달에도 원전사업 손실을 확정한다며 실적 공개를 한 차례 미뤘다. 이번에는 웨스팅하우스 경영진이 손실을 계상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손실을 줄이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회계 감사법인이 분기보고서를 승인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1875년 다나카제작소로 출발한 도시바는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전자레인지 밥솥 등 일본산 1호 가전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백색가전의 선구자로 불렸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화 과정에서 변화에 뒤처진 데다 휴대폰, 영상재생기기 등 사업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경영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6년 웨스팅하우스 인수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원전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 6200억엔이란 압도적 금액을 써내면서 인수엔 성공했지만 말 그대로 ‘독이 든 성배’였다. 원전시장은 도시바의 기대만큼 커지지 않았다. 동일본 대지진 후에는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은 부풀어 올랐다. 도시바는 지난 1월 원전 수요 부족과 과당경쟁, 과도한 인수비용 등으로 7000억엔대 손실이 발생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장 3대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대형 회계스캔들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이다. 도시바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2248억엔 규모의 이익을 부풀린 사실이 2015년 드러났다. 이익 지상주의에 경영진의 무리한 목표 제시가 회계부정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일본 내부에서 나왔다. 2015회계연도에는 4600억엔의 순손실을 내는 가운데 알짜 사업도 정리했다. 백색가전 사업부문과 도시바 메디칼시스템즈를 각각 중국 메이디와 일본 캐논에 매각했다.
◆우량사업 매각해 부채 상환
도시바는 반도체와 원전사업 매각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부채 상환에 쓸 예정이다. 2016회계연도 결산일인 이달 말 도시바 자기자본은 -1500억엔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태를 1년 안에 해소하지 못하면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2부 종목으로 떨어진다.
상장사 지위가 낮아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도시바 주식의 상장 폐지 우려가 있다며 이날 감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는 도시바 내부 관리 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5년 9월 ‘특설주의시장종목’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정 기간을 연장했다. 이날 도시바가 제출한 내부관리체제 확인서를 거래소가 심사해 관리시스템이 개선됐다고 판단하면 지정을 해제하지만 개선 여지가 없다고 보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도시바는 엘리베이터 등 사회인프라 사업을 주축으로 원자력을 제외한 화력 등 에너지, 메모리를 뺀 반도체, 정보기술(IT) 시스템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일본 증권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를 계속 매각하면 도시바의 미래가 불확실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