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만들어진 각종 문건이 폐기되거나 은닉되더라도 이를 감시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생산기관으로부터 이관을 받으면 목록과 기록물을 검수해 문제가 있으면 법에 따라 조치한다”며 “다만 검수의 기반이 되는 이관 목록은 문건 생산기관(청와대)에서 만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일부 문건을 누락한 채 이관하더라도 국가기록원으로서는 이를 밝혀낼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이 관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청와대의 기록물 은닉·폐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에 징역, 벌금 등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다”며 “기록물 생산기관이 함부로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기록물 이관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국가기록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일인 지난 10일 청와대와 첫 회의를 열었다. 13일부터 직원들을 파견해 이관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기록물 이관을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국가기록원은 대통령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 이관을 준비한다. 이명박 정부 때는 임기 마지막 해 11월에 이관 작업에 착수해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 1~2월에 집중적으로 기록물을 옮겼다. 이번에는 50여일 만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관장은 “전례를 비춰보면 기록물 이송에만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이관 작업을 끝내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