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사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기업 광고 청탁에 개입한 정황을 진술하며 “후회한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광고감독 차은택 씨(48)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의 단독 면담에서 서류봉투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봉투에는 차씨와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실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 책자가 담겨 있었다.

안 전 수석은 “각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광고회사가 있어 (청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더 강하게 말하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통합마케팅(IMC)과 같은 전문용어를 설명하며 KT에 인사청탁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IMC라는 용어 자체도 몰랐는데 대통령이 설명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KT 인사청탁 경위를 캐묻자 “대통령이 홍보분야에서 유능한 이동수라는 사람을 고려하라고 지시해 황창규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이씨는 2015년 2월 KT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한 뒤 그해 11월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는 IMC 본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