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제공자의 신원, 말레이 방문 여부는 함구
'北억류자 협상서 우위 점하려 자녀접촉 사실 공개' 관측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가 자녀의 DNA를 통해 그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김정남의 자녀가 제공한 샘플을 바탕으로 김정남 시신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샘플은 법의학적 검사와 DNA 분석 절차를 거쳤다.

나는 해당 시신이 김정남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내정에 간섭할 의도는 없지만, 국제사회와 관련된 사안의 경우 국제기구의 결정과 결의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자히드 부총리는 말레이어로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김정남의 자녀를 지칭할 때는 어린아이, 2세 등을 의미하는 '아낙냐'(anaknya)란 표현을 썼다.

그는 김정남의 자녀 중 누가 DNA 샘플을 제공했는지와, 그의 말레이시아 방문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남은 베이징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첫째 부인 신정희와의 사이에 아들 금솔을, 둘째 부인 이혜경과의 사이에 아들 한솔과 딸 솔희 남매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마카오에서 머물던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최근 제3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가에선 자히드 부총리가 북한 내 억류자 귀환 관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김정남 자녀의 DNA 샘플 제공 사실을 자진해 공개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문제를 두고 지난주부터 북측과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측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하고,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현광성(44)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의 출국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살자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원을 확인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은 김정남의 유가족이 시신을 넘겨받으려면 앞으로 2∼3주 이내에 인수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김정남은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다 사망했다.

(쿠알라룸푸르·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