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 주 일요일인 지난 12일 이마트 안산 고잔점이 쇼핑하러 나온 소비자로 붐비고 있다. 안산시는 시민의 편의를 고려해 매주 둘째, 넷째 일요일이던 의무휴무일을 매달 10일과 넷째 주 일요일로 바꿨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3월 둘째 주 일요일인 지난 12일 이마트 안산 고잔점이 쇼핑하러 나온 소비자로 붐비고 있다. 안산시는 시민의 편의를 고려해 매주 둘째, 넷째 일요일이던 의무휴무일을 매달 10일과 넷째 주 일요일로 바꿨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 12일(일요일) 이마트 안산 고잔점은 장을 보러 온 소비자로 북적였다. 1층 식품코너는 아이들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다. 이마트 안산 고잔점은 둘째, 넷째 주 일요일마다 쉬는 다른 지역 이마트와 달리 각 달의 10일과 넷째 주 일요일에 쉰다. 공단이 많은 안산의 특성을 반영해 의무휴업일 하루를 주중으로 옮기고 주말에 대형마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안산시와 협의해 결정했다. 대신 매달 5, 10, 15일 열리는 ‘안산시 시민시장’의 상인들을 위해 매달 10일에 쉬기로 했다. 이마트 안산 고잔점은 대형마트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소비자 편의를 고려하면서 지역 상인과의 상생도 모색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안산·김포시도 휴무일 평일로

김포시도 2014년 7월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주말에서 매달 둘째, 넷째 주 수요일로 변경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와 지역 여건에 맞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했다”며 “홈플러스 김포점 등 대형마트 3곳이 적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와 안산시가 의무휴업일을 주중으로 바꾼 것은 대형마트 휴일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주말이 되면 문을 닫지 않는 인근 지역 대형마트를 찾아가 장을 보고 돌아오고는 했다.

지자체가 휴무일을 변경해주자 대형마트들은 지역 일자리 제공으로 ‘화답’했다. 안산시는 작년 4월 관내 대형마트(이마트 2곳, 롯데마트 3곳, 홈플러스 3곳)와 ‘지역의 청년과 여성을 위한 일자리창출’ 협약을 체결했고, 이들 마트는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대형마트 휴무와 전통시장 매출이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안산 시민시장 입구에서 운동화 등을 팔고 있는 최모씨는 “대형마트가 쉰다고 전통시장이 잘되는 건 아니다”며 “차라리 상인들 세금을 낮춰주는 등 시 차원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무일 평일 전환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를 채택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일산시는 2015년 6월 둘째, 넷째 수요일로 의무휴업일을 바꿨다. 파주와 안양에 있는 대형마트도 평일에 쉰다. 충주시는 일요일 대신 5일장이 서는 매달 10일과 25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했다. 제주도와 울산 중·남·북구 등도 의무휴업일을 평일이나 토요일로 옮겼다.

당진 이마트 전통시장과 상생

대형마트도 지역상인과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이마트가 작년 8월 충남 당진에 문을 연 ‘노브랜드 당진 상생스토어’는 경영난을 겪던 전통시장이 마트 입점으로 되살아난 사례다. ‘당진 어시장’은 2015년 현대식 건물을 신축한 뒤 상인들이 입점하지 않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마트는 지역 상인회와의 협의를 통해 건물 2층에 노브랜드 매장을 입점시키고, 장난감도서관과 푸드코트를 차례로 들였다. 그 후 당진 어시장은 하루 방문객이 40% 넘게 증가했다. 이마트는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16년 유통업 상생·협력문화 확산사업 유공’ 표창을 받았다.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전통시장에 입점한 매장에 한해서 신선식품을 철수했다. 중곡점(2014년 9월)을 시작으로 일산점(2014년 10월), 사당점(2015년 6월)에서 수산물,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모두 뺐다. 이 같은 ‘전통시장 상생 프로젝트’ 덕에 에브리데이가 입점한 전통시장은 매출이 증가했다. 150여개 점포 상인회가 발행하는 전통시장 할인 쿠폰 판매가 2배 이상 늘었다.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이 공산품 등은 SSM에서, 신선식품은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면서다.

롯데마트는 경기 오산 ‘오색시장’의 낡은 진열대를 교체해주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리뉴얼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또 군산점-공설시장, 창원 시티세븐점-봉곡시장 등 1점포-1전통시장 결연을 통해 47개 전통시장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안산=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