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박'에…BBQ, 8년만에 치킨값 인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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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새 가격판까지 만들었지만… 정부 세무조사 압박에 '백기'
8년간 인건비 60% 오를동안 치킨값은 동결…업계 '부글'
"지나친 가격 개입 시대착오"
새 가격판까지 만들었지만… 정부 세무조사 압박에 '백기'
8년간 인건비 60% 오를동안 치킨값은 동결…업계 '부글'
"지나친 가격 개입 시대착오"
BBQ가 결국 치킨값 인상을 포기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값을 올리면 세무 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를 하겠다고 ‘공개 압박’을 하자 손을 든 셈이다.
김태천 제네시스 BBQ그룹 부회장은 15일 농식품부가 소집한 ‘외식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물가 안정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가격 인상은 앞으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BBQ가 8년 만에 올리려던 치킨값을 동결하자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 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치킨이 생필품이 아니라는 점도 정부 개입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세무조사·공정위 내세워 압박
BBQ는 오는 20일부터 일부 치킨 가격을 5~10% 올릴 계획이었다. 가맹점에 공지하고 메뉴판도 새로 찍었다. 농림부는 BBQ의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지난 12일 공개 경고했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를 의뢰하겠다며 압박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물가가 불안정한데 치킨 가격을 인상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외식업계 CEO 간담회도 열었다. 말이 간담회지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자리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BBQ 측은 그동안 “1, 2년 만에 올리는 것도 아니고 2009년 이후 8년 만에 올리려 한 것은 닭값뿐 아니라 인건비, 임차료, 배달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간담회에도 가지 않으려다 뒤늦게 참석했다. 결국 간담회 후 가격 인상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생필품 가격이 치솟을 때는 손놓고 있다가 매출 1000억~2000억원 정도인 중견 치킨 회사에만 가격 압박을 하는 건 불합리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인건비 62% 오를 때 치킨 제자리
BBQ 치킨값은 2009년 이후 제자리였다. 이 기간 인건비는 61.7%, 배추는 144.8%, 파는 171.3%, 삼겹살은 62.5% 올랐다. 업계 1위인 BBQ가 치킨값을 동결하자 다른 치킨 업체도 지난 5년간 가격을 못 올렸다.
업계에서는 농식품부가 치킨업계 생태계를 모르고 있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농식품부 주장은 단순하다. 닭고기값이 안정되고 있는데 왜 치킨값을 올리냐는 논리다. “산지 기준이 ㎏당 1600원인 닭고기를 조리해 치킨 가격을 1만6000~1만8000원 받고 있는데 더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농식품부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우선 가격 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 1600원이 아니라 생계 한 마리 가격인 2560원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도계비용과 운송비 등이 더해지면 프랜차이즈가 매입하는 닭고기값은 3490원이 된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에 따른 배달 수수료 증가분(3500원), 임차료 상승분(평균 60만원) 등을 더하면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치킨이 워낙 대중적 식품이라 몇 년째 검토만 해왔다”며 “BBQ가 가격 인상을 철회하자 회사 내에서 가격 인상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닭값보다 임대료, 배달인건비 등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해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김태천 제네시스 BBQ그룹 부회장은 15일 농식품부가 소집한 ‘외식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물가 안정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가격 인상은 앞으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BBQ가 8년 만에 올리려던 치킨값을 동결하자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 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치킨이 생필품이 아니라는 점도 정부 개입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세무조사·공정위 내세워 압박
BBQ는 오는 20일부터 일부 치킨 가격을 5~10% 올릴 계획이었다. 가맹점에 공지하고 메뉴판도 새로 찍었다. 농림부는 BBQ의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지난 12일 공개 경고했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를 의뢰하겠다며 압박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물가가 불안정한데 치킨 가격을 인상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외식업계 CEO 간담회도 열었다. 말이 간담회지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자리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BBQ 측은 그동안 “1, 2년 만에 올리는 것도 아니고 2009년 이후 8년 만에 올리려 한 것은 닭값뿐 아니라 인건비, 임차료, 배달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간담회에도 가지 않으려다 뒤늦게 참석했다. 결국 간담회 후 가격 인상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생필품 가격이 치솟을 때는 손놓고 있다가 매출 1000억~2000억원 정도인 중견 치킨 회사에만 가격 압박을 하는 건 불합리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인건비 62% 오를 때 치킨 제자리
BBQ 치킨값은 2009년 이후 제자리였다. 이 기간 인건비는 61.7%, 배추는 144.8%, 파는 171.3%, 삼겹살은 62.5% 올랐다. 업계 1위인 BBQ가 치킨값을 동결하자 다른 치킨 업체도 지난 5년간 가격을 못 올렸다.
업계에서는 농식품부가 치킨업계 생태계를 모르고 있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농식품부 주장은 단순하다. 닭고기값이 안정되고 있는데 왜 치킨값을 올리냐는 논리다. “산지 기준이 ㎏당 1600원인 닭고기를 조리해 치킨 가격을 1만6000~1만8000원 받고 있는데 더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농식품부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우선 가격 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 1600원이 아니라 생계 한 마리 가격인 2560원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도계비용과 운송비 등이 더해지면 프랜차이즈가 매입하는 닭고기값은 3490원이 된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에 따른 배달 수수료 증가분(3500원), 임차료 상승분(평균 60만원) 등을 더하면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치킨이 워낙 대중적 식품이라 몇 년째 검토만 해왔다”며 “BBQ가 가격 인상을 철회하자 회사 내에서 가격 인상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닭값보다 임대료, 배달인건비 등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해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