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가족의 수요와 공급
자식 넷을 키운 내 어머님은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고 계시다. 자식들은 번갈아 가끔씩 찾아뵙기도 하고 전화도 드리지만 다들 자기 먹고살기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어머님은 아픈 관절로 대부분의 식사 준비를 홀로 하실 수밖에 없다.

물론 어머님이 자식을 경제적 실리를 따져서 낳은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자인 내가 생각해보면 어머님은 너무도 손해보는 투자를 하신 것이다. 20년 넘는 기간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여 키운 자식들인데 막상 어머님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자주 나타나지도 않으니 말이다.

[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가족의 수요와 공급
‘알파고’로 유명해진 인공지능이 미래의 경제 구조, 특히 노동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사람들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연히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실업이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두려운 것은 기계가 서비스산업에 진출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과거 인간은 주로 농사 등의 1차 산업과 공업이라는 2차 산업에 종사했다. 그러나 이런 1, 2차 산업에 기계가 등장해 인간을 대체하자 사람들은 결국 3차 산업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를 이해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3차 산업은 지금까지 인공적인 기계들이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이 이런 서비스산업에서도 인간을 능가하는 시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어머님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걸려서 네 명의 자식을 키우는 노력의 몇십 분의 일의 노력과 돈으로 앞으로는 알파고의 지능을 지닌 로봇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집안일용, 외출 동반용, 그리고 심심풀이용으로 로봇 세 대만 마련하면 걱정 없는 노후를 보낼 수 있고 이런 로봇을 마련하는 데에는 20년은커녕 20일도 안 걸리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이기적인 존재인데 이렇게 인공지능에 비해 ‘가성비’가 지극히 나쁜 자식 또는 가족에 투자를 계속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경제학자인 나의 예상이다. 가족의 공급 비용은 높아지는데 수요는 적어지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인간은 골치 아픈 가족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인공지능을 벗삼아 살게 될 것이고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인간의 수가 줄어서 실업은 괜한 걱정이었다고 하는 날이 올 것 같다. 100년 후 내 예측이 틀리면 책임을 물어주시기 바란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