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대한민국의 꿈' 모두가 꾸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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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겁박하고 일본은 무시하고
'만만한 나라' 된 한국…이런 현실 눈감은 정치판
상처받은 자존심 되살리고
마음껏 도전의 나래 펴게 할 정치리더십에 목말라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
'만만한 나라' 된 한국…이런 현실 눈감은 정치판
상처받은 자존심 되살리고
마음껏 도전의 나래 펴게 할 정치리더십에 목말라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
양패구상(兩敗俱傷).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가능성을 경계한 보고서에 담은 말이다. ‘(싸워봤자) 양쪽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다. 강공(强攻)을 예고한 미국에 내민 유화(宥和)의 손짓이다.
한국에는 정반대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온갖 경제보복 조치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에 대한 태도가 미국과 다른 이유는 뻔하다. 만만해서다. 강해야 대접받는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일깨워 준다.
중국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 한국주재 대사를 두 달 넘게 본국 소환한 상태다. 소녀상 등 과거사 갈등 때문이라지만, 한국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졌다. 마땅치 않았던 나라가 국정 유고(有故) 상태에서 허둥대고 있으니, ‘이참에 본때를 보이자’는 심사가 읽힌다. 한국은 이렇게 주변 국가들에 ‘무시해도 괜찮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노릇 해먹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밖으로는 허접해진 나라 위상에 자존심을 상처받고, 안으로는 정치 혼란의 소용돌이에 스트레스받고 있다. 초유(初有)의 대통령 파면을 놓고 찬·반으로 갈라진 진영은 정치적 내전(內戰)이라도 치를 기세다. SNS에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압박하는 메시지가 넘쳐난다.
이런 혼돈 속에서 두 달도 안 남은 시기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옛 여당이 지리멸렬 상태를 헤매면서, 야당 주자들이 지지율 상위권을 줄곧 휩쓸고 있다. 야당 주자들의 시국 수습 및 국정 운영 구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엊그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토론회에서는 ‘상처받은 민심을 어떻게 추스르고 국정을 바로 세울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다. 국민을 감동시킬 국가경영 청사진과 구호가 보이지 않았다. 대청소, 대연정(大聯政) 같은 정치 방법론만 난무했다.
중국 지도부가 민심 이반(離叛)의 위기를 딛고 국력을 결집해 나가고 있는 모습은 시사하는 게 많다. 고속 성장과정에서 파생된 소득 양극화와 권력 엘리트들의 부패 등으로 맞은 국정 위기를 극복해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 비결은 ‘통합적인 비전 제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중국의 꿈(中國夢)’으로 담아낸 슬로건은 중국인들의 가슴을 뛰게 했고, 마음을 모으게 했다. 문화적으로 가장 융성했던 한(漢)나라, 경제적으로 가장 부강했고 국제화됐던 당(唐)나라, 세계 최강의 해양제국을 일궜던 명(明)나라 시대의 위상을 되찾자는 비전은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목표와 함께 자긍심을 일깨워줬다. 대륙과 해양에서 이런 중국의 위세를 떨쳐 나가자는 게 국가경영전략으로서의 일대일로(一帶一路)다. 시진핑이 ‘시 황제’로 불릴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탄탄한 지지기반을 쌓아올리는 데도 ‘강한 일본’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등의 구호를 통해 일본 사회에 깊게 자리 잡아 온 2차 세계대전 패전(敗戰)의 상처를 씻어낸 게 큰 몫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같은 슬로건으로 기업인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불을 지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쾌하고 미래지향적인 국정 목표를 앞세워 달음박질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의 모습에 똑바로 눈을 떠야 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물론 바로잡아야 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지작업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전제돼야 한다. 권력엘리트들의 탈선이 반복되고 사업하기에도 바쁜 기업들이 정치 스캔들에 번번이 말려드는 것은 정치와 행정권력의 비대화 탓은 아닌지, 제대로 된 성찰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주역으로 존중받고, 국민과 기업들은 마음껏 도전과 성취의 나래를 펴게 할 지도자가 눈물 나게 그립다.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
한국에는 정반대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온갖 경제보복 조치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에 대한 태도가 미국과 다른 이유는 뻔하다. 만만해서다. 강해야 대접받는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일깨워 준다.
중국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 한국주재 대사를 두 달 넘게 본국 소환한 상태다. 소녀상 등 과거사 갈등 때문이라지만, 한국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졌다. 마땅치 않았던 나라가 국정 유고(有故) 상태에서 허둥대고 있으니, ‘이참에 본때를 보이자’는 심사가 읽힌다. 한국은 이렇게 주변 국가들에 ‘무시해도 괜찮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노릇 해먹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밖으로는 허접해진 나라 위상에 자존심을 상처받고, 안으로는 정치 혼란의 소용돌이에 스트레스받고 있다. 초유(初有)의 대통령 파면을 놓고 찬·반으로 갈라진 진영은 정치적 내전(內戰)이라도 치를 기세다. SNS에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압박하는 메시지가 넘쳐난다.
이런 혼돈 속에서 두 달도 안 남은 시기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옛 여당이 지리멸렬 상태를 헤매면서, 야당 주자들이 지지율 상위권을 줄곧 휩쓸고 있다. 야당 주자들의 시국 수습 및 국정 운영 구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엊그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토론회에서는 ‘상처받은 민심을 어떻게 추스르고 국정을 바로 세울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다. 국민을 감동시킬 국가경영 청사진과 구호가 보이지 않았다. 대청소, 대연정(大聯政) 같은 정치 방법론만 난무했다.
중국 지도부가 민심 이반(離叛)의 위기를 딛고 국력을 결집해 나가고 있는 모습은 시사하는 게 많다. 고속 성장과정에서 파생된 소득 양극화와 권력 엘리트들의 부패 등으로 맞은 국정 위기를 극복해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 비결은 ‘통합적인 비전 제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중국의 꿈(中國夢)’으로 담아낸 슬로건은 중국인들의 가슴을 뛰게 했고, 마음을 모으게 했다. 문화적으로 가장 융성했던 한(漢)나라, 경제적으로 가장 부강했고 국제화됐던 당(唐)나라, 세계 최강의 해양제국을 일궜던 명(明)나라 시대의 위상을 되찾자는 비전은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목표와 함께 자긍심을 일깨워줬다. 대륙과 해양에서 이런 중국의 위세를 떨쳐 나가자는 게 국가경영전략으로서의 일대일로(一帶一路)다. 시진핑이 ‘시 황제’로 불릴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탄탄한 지지기반을 쌓아올리는 데도 ‘강한 일본’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등의 구호를 통해 일본 사회에 깊게 자리 잡아 온 2차 세계대전 패전(敗戰)의 상처를 씻어낸 게 큰 몫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같은 슬로건으로 기업인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불을 지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쾌하고 미래지향적인 국정 목표를 앞세워 달음박질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의 모습에 똑바로 눈을 떠야 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물론 바로잡아야 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지작업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전제돼야 한다. 권력엘리트들의 탈선이 반복되고 사업하기에도 바쁜 기업들이 정치 스캔들에 번번이 말려드는 것은 정치와 행정권력의 비대화 탓은 아닌지, 제대로 된 성찰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주역으로 존중받고, 국민과 기업들은 마음껏 도전과 성취의 나래를 펴게 할 지도자가 눈물 나게 그립다.
이학영 기획조정실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