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5일 오후 4시10분

[마켓인사이트] 러시앤캐시, 이베스트증권 인수 나선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법인명 아프로파이낸셜) 등 제2금융권 회사를 다수 보유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이베스트투자증권(옛 이트레이드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에 성공하면 대부업체 기반 금융회사가 국내 증권회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1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최근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이베스트증권 기업 실사에 들어갔다. IBK투자증권 IB사업부문장 출신 설종만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웨일인베스트먼트, 대만 최대 금융그룹인 푸본그룹 등도 실사를 하고 있다.

대주주인 LS네트웍스 측은 최근 이들을 포함해 총 다섯 곳 안팎의 국내외 금융회사를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본입찰은 다음달 10일 치러질 예정이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기존 금융계열사와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프로서비스는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업계 2위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초엔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총자산 6000억원 규모 캐피털업체인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인수해 OK캐피탈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6월 기준 그룹 전체 거래 고객은 150만명, 대출 자산은 5조6000억원에 이른다. 증권사를 제외한 제2금융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온라인 거래 기반과 투자은행(IB) 부문에 특화된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윤 아프로서비스 회장도 “일본의 오릭스, 한국의 현대캐피탈과 같은 종합소비자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증권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로서비스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진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매각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은 대만계 최대 금융그룹인 푸본과 중국의 국영금융그룹 정도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계 금융회사들은 중도 인수 포기 사례가 잦은 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한·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본입찰 불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IBK투자증권 출신 임직원들이 독립해 차린 PEF 운용사 웨일인베스트먼트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는 인수 제안 가격과 금융당국 승인 여부가 최종 매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주주인 LS네트웍스 측이 PEF인 G&A를 통해 이베스트투자증권에 투자한 금액은 총 4700억원. 이에 따라 매각대금으로 최소 5000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게 LS네트웍스 측 희망이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회사 가치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증권사 주가는 선두권인 메리츠종금증권(0.98배), 한국금융지주(0.88배)도 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된다. IB업계 관계자는 “PBR 1배 기준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 대상 지분(84.58%)의 가치는 3100억원”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유력 인수 후보인 아프로서비스는 2015년 LIG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가격과 조건이 맞지 않아 최종 인수가 무산됐다.

좌동욱/이지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