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봐선 뭔지 전혀 모르겠죠? 하지만 이 기계가 앞으로 ‘공장은 기름밥 먹는 더러운 일터’란 고정관념을 확 깨뜨릴 겁니다.”

신요섭 윈앤텍코리아 대표(63·사진)는 최근 경기 안양시 안양동 본사에서 자사의 대표 제품인 오일미스트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언뜻 봐선 기압계와 여러 관이 달린 상자같이 보였다.

오일미스트는 금속을 가공할 때 발생하는 마찰열과 파열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름을 분사하는 기계를 말한다. 오일미스트의 직경이 작을수록, 적은 분량의 오일을 고루 뿌려 오랫동안 작업하게 도와줄수록 성능을 인정받는다. 2006년 설립된 윈앤텍코리아는 삼성전자와 현대위아, S&T중공업, 쌍용자동차 등 20여개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임직원은 신 대표를 포함해 5명, 매출은 지난해 20억원을 기록한 소기업이다.

한국화학연구원과 함께 친환경 에스테르계 오일을 개발한 신 대표는 지름 0.5㎜ 초소형 분사장치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았다. 그는 “기존 광물성 절삭유는 염소와 다이옥신 등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고, 폐유 처리도 상당히 어렵다”며 “에스테르계 오일은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조업 인프라 조성 때 반드시 포함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독일입니다. 독일에선 에스테르계 오일과 오일미스트 사용 시 정부에서 보조금을 줍니다. 요즘 환경 문제를 많이 강조하잖아요. 앞으로는 제조업 공정도 비관세 장벽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 대표는 인문계 고등학교 출신이다. 하지만 졸업 후 기아자동차 교육원에 들어가며 제조업에 몸담기 시작했다. 이후 기아자동차, LS전선, 현대자동차 등에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가 친환경 오일미스트에 관심을 두게 된 건 10여년 전 우연히 삼성전자 공장에 갔다가 일본 에바라의 오일미스트를 본 뒤였다. “그걸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 당시엔 국내에 이 분야로 진출한 회사가 에바라밖에 없었거든요. 첫 개발사는 독일 보겔이었고요. 지금은 에바라보다 우리가 훨씬 유명해졌고, 보겔과도 정면 경쟁하게 됐지만요.”

그는 “매출은 초창기보다 네 배 이상 늘었고, 앞으로 그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두 가지 걱정이 있다”고 털어놨다. 첫 번째는 “윈앤텍코리아의 오일미스트가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제품으로 인증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젊은 인재들이 제조업에 새바람을 일으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첫 번째 걱정’에 대해 “환경부 인증을 받으면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 회사 오일미스트는 가격대가 대당 190만~250만원 정도인데, 이게 절삭 공정마다 들어가는 기계여서 아무리 작은 공장이라 해도 최소 5~10개는 사야 하다 보니 중소기업으로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가서 인증을 요청했을 때 무슨 답을 들었는지 아십니까? ‘제품은 분명 친환경인데 이걸 분류할 코드가 없어서 못하겠다’였습니다. 그저 기가 막혔죠.”

‘두 번째 걱정’에 대해선 “제조업하는 입장에선 솔직히 정보기술(IT) 분야의 창업 쪽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게 좀 불쾌하다”며 “제조업도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청년들에게 보여줘야 제조업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