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난 대선때 많이 사용해 식상…노동이 경제민주화 핵심"
김종인 "文, 경제민주화 관심도 없어"…김광두 영입에 "'줄푸세' 하던 사람"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사이에 '뒤끝 공방'이 심상치 않다.

한 때 민주당에 함께 몸담으면서 '총선승리'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뛰던 두 사람이 애증의 시간을 거쳐 서로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고, 급기야 감정싸움까지 벌이는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영입과 맞물려 '경제민주화'의 방법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도 나타나고 있다.

공방의 발단은 14일 대선 경선주자 방송토론회에서 촉발됐다.

김 전 대표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김 전 대표가 탈당했는데, 직접 찾아가 만류하거나 설득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비판한 데 대해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무조건 따르라는 것(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가서 '나를 따르라'고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비민주적 사람이 아니다.

자기네들하고 똑같은 줄 아나"라고 받아쳤다.

공방은 이튿날인 15일까지 이어졌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김 원장 등을 영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표를 다시 한 번 겨냥했다.

문 전 대표는 "그 분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방식에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경제민주화가 아닌 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우리 당을 떠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좀 식상해진 면이 있어서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여전히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과 이용득 의원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 참석,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노동이다.

노동정책과 결합되지 않은 경제민주화 논의는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진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공정거래 등에 초점을 맞춘 '김종인표 경제민주화'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김 원장은 대기업 순환출자의 문제에 대해 "순환출자 자체를 금지하기 보다 의결권을 제한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며 "경제민주화도 경제여건과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통화에서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모셨다고 얘기하던데, 당시 '상황이 하도 절박하니 당을 살려달라'고 해서 받아들였던 것"이라면서 "지금 말하는 것을 보면 경제민주화에 관해선 관심도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바로 세우고)를 하던 사람인데 그런 것에 찬동하겠나"라고 지적했다.

TV조선 '전원책의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선 전날 방송 토론을 언급했다.

그는 "소수세력을 포용하는 능력을 보이지 않고 어떻게 나라를 통합할 수 있느냐고 하니까 당의 혁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 나갔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면서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답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한다"라면서 "말은 굉장히 요란하게 한다.

그렇다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적폐가 무엇인지 지적을 제대로 하고 방법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박영선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연정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경제교사를 김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모셔온 것은 일관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현재 안 지사 캠프의 의원멘토단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