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토론·협업·소통…'혁신의 지름길' 찾아라
디자인 싱킹은 우리의 교육 방법을 바꾸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 전달 위주의 주입식 교육, 정답이 하나인 객관식 시험에 익숙한 학생은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토론과 협업의 기회도 적다. 이대로의 교육방식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디자인 싱킹 진행 과정은 처음부터 협업팀을 구성해 사용자를 인터뷰하고 질문하게 한다. 호기심을 갖고 사용자 행동을 관찰하고 공감하게 한다. 브레인스토밍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해 간다. 이 과정이 우리 교육 현장에 요구되고 있는 창의, 소통, 협업 교육에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소위 거꾸로 수업인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같은 교육 방법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전통적인 수업 방식은 학교 수업을 통해 지식을 공부하고 그와 관련된 보충, 심화 학습은 과제로 해결한다. ‘거꾸로 수업’은 기존 교육과 반대로 지식은 집에서 교육 영상 등을 통해 습득하고 학교에서는 그 주제와 관련된 과제를 자유스러운 환경에서 교사의 진행으로 학생들이 토론하며 해결한다.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디자인 싱킹 방법의 혁신 효과에 대해 아직 회의적인 면이 있다. 작은 개선 아이디어들은 도출이 되고 재미있어서 조직 분위기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큰 혁신적인 결과가 적다고 불만이다. 어떻게 하면 디자인 싱킹을 잘 활용해서 혁신적인 성공 사례가 나오게 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을 ‘한국형 디자인 싱킹’이란 이름으로 모아봤다.

[한경 BIZ School] 토론·협업·소통…'혁신의 지름길' 찾아라
첫째, ‘공감하기→문제 정의→아이디어 도출→빠른 시제작→테스트’의 디자인 싱킹 과정을 워크숍 형태로 단기간에 진행하는 창의 체험 활동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이 과정을 선형적, 단선적으로 1회만 해서 테스트 후 바로 결과물로 결론 짓는다. 디자인 싱킹의 중요한 철학은 초기에 작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그 실패에서 배우며 꾸준히 개선해 가는 것이다.

둘째, 디자인 싱킹에서 나오는 아이디어 수준은 높지 않다. 아이디어 도출 단계에서 비판 없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브레인스토밍’과 방사형으로 아이디어 확대를 전개하는 ‘마인드맵’ 방법을 활용한다. 참가자들은 대개 자신의 경험과 직관, 제한적인 지식을 활용하고 의존하게 된다. 물론 그 정도에서 문제를 잘 해결할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지만 그 한계를 넘어야 할 경우도 있다. 그 한계를 넘지 못하면 수준 높은 아이디어를 얻지 못한다. 이때 다른 아이디어 도출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브레인스토밍 등의 활동을 통해서 나온 최종 아이디어가 기대 이하이거나 그 아이디어가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모순 상황이라면 트리즈(TRIZ) 활용을 추천한다. 같은 유형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른 분야에서 찾으려면 다른 분야 특허, 정보 검색 방법의 활용을 권하고 싶다.

셋째, 디자인 싱킹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에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해야 한다. 아이디어 구현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만들어 개발자, 협업자, 투자자와 협의하면서 사업화 방법을 수정하고 보완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매출과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가치를 어떤 경로로 줄 수 있으며 어떤 활동이 필요한가 등의 주요한 사항을 한 페이지에서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넷째, 디자인 싱킹 과제 팀은 디자인, 연구개발 등 관련된 동종 분야 사람만이 아니라 나중에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사람들까지 초기부터 함께 구성돼야 한다. 다른 경험과 관점을 가진 디자이너, 엔지니어, 인문학, 마케터, 이해 당사자 등이 함께 모여 일하면 고객과 시장을 더 잘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실제 팔리는 상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는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다섯째, 디자인 싱킹을 적용할 과제 선정은 그 조직의 핵심적 문제나 고질적 문제 혹은 사업적 성과가 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지위가 높은 분과 협의해서 정하는 것이 좋다. 디자인 싱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접근 방법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부품과 기술 위주의 ‘기업 간 거래(B to B) 과제’보다는 사람 위주의 생활용품, 소비재,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사회적 문제의 ‘소비자 거래(B to C) 과제’ 영역에서 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여섯째,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짜 문제를 찾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하기 단계가 중요하지만 사용자를 잘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사용자의 잠재된 수요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추가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한경 BIZ School] 토론·협업·소통…'혁신의 지름길' 찾아라
예를 들어 서비스 디자인,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사용자 여정 지도(user journey map)’를 활용해 시간 흐름별로 사용자 경험 여정의 접점에서 구체적인 문제와 해결안을 체계적으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글로벌 혁신 시대에 살고 있다. 혁신을 이루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디자인 싱킹은 그 가운데 하나다. 인간 중심의 문제 발견과 해결 과정인 디자인 싱킹이 적재적소에서 창의적인 혁신 방법과 생각의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이경원 <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