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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348쪽 / 1만8000원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348쪽 / 1만8000원
뇌사(腦死)는 말 그대로 ‘뇌의 죽음’이다. 질병이나 사고 등 여러 원인으로 뇌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뇌사 상태의 환자는 심장은 뛰고, 체온은 남아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그 어떤 행동과 생각도 할 수 없다. 뇌사 이전엔 너무도 당연했을 언어와 사유, 신체의 자유로운 활동 모두 멈춰버린다. 뇌사는 사망과도 같은 것일까.
뇌과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신간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에서 이런 경우는 “현대 뇌과학으로 볼 때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물체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있어야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뇌과학의 결론이라는 얘기다. 그는 “인간은 뇌가 없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전편에 걸쳐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펼친 다섯 차례의 과학 강의를 묶은 것이다. 청중에게 강의하는 문체 그대로다. 하지만 친절한 문체만큼 내용이 친절하지는 않다.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긴장감과 반발심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도발적 물음과 답이 계속 쏟아진다.
자아 인식과 외부 환경을 접하는 방식, 인간의 합리성 등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명제에 대해 “그건 모두 뇌세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언뜻 보면 인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게 아닌가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뇌과학은 생물학적 자연과학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적 성격도 있다”며 뇌과학이 존재하는 진짜 이유는 인간을 진실로 탐구하기 위함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 윤리는 모두 뇌라는 생물학적 원인을 가지고 있다”며 “몸 속 다른 것은 다 변해도 뇌세포는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나’라고 인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서술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 그는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또 “인간의 선택은 대부분 비합리적이며, 서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다만 뇌가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낼 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현실을 인식할 때 각자의 뇌 회로를 따라 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우리의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그림자를 가지고 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현실이며,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도 없고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 책엔 ‘길가메시 이야기’를 비롯한 각종 신화와 예술작품도 등장한다. 길가메시 이야기에 나오는 우트나피시팀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것 먹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5000년이 지나 인터넷에 우주 정거장까지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모든 철학이 내놓는 결론”이라고 전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인간의 존재 의미는 결코 퇴색하지 않으리란 게 저자의 소신이다. 저자는 “우리는 138억년 전 빅뱅이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다. 우리 조상이 한 명이라도 실패했다면 진화의 고리는 끊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우리가 인간의 행동만으로 그들에게 의식이 있다고 믿듯이 기계의 행동이 인간과 수학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기계에도 의식이 있음을 믿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 뇌의 코딩 알고리즘, 즉 ‘뇌의 언어’를 밝혀내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뇌라는 기계의 매뉴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그 기계의 매뉴얼을 여러분은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않고 살아왔다”며 자신이 이 책에서 전한 것은 바로 그 매뉴얼이라고 설명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뇌과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신간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에서 이런 경우는 “현대 뇌과학으로 볼 때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물체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있어야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뇌과학의 결론이라는 얘기다. 그는 “인간은 뇌가 없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전편에 걸쳐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펼친 다섯 차례의 과학 강의를 묶은 것이다. 청중에게 강의하는 문체 그대로다. 하지만 친절한 문체만큼 내용이 친절하지는 않다.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긴장감과 반발심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도발적 물음과 답이 계속 쏟아진다.
자아 인식과 외부 환경을 접하는 방식, 인간의 합리성 등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명제에 대해 “그건 모두 뇌세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언뜻 보면 인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게 아닌가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뇌과학은 생물학적 자연과학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적 성격도 있다”며 뇌과학이 존재하는 진짜 이유는 인간을 진실로 탐구하기 위함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 윤리는 모두 뇌라는 생물학적 원인을 가지고 있다”며 “몸 속 다른 것은 다 변해도 뇌세포는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나’라고 인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서술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 그는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또 “인간의 선택은 대부분 비합리적이며, 서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다만 뇌가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낼 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현실을 인식할 때 각자의 뇌 회로를 따라 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우리의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그림자를 가지고 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현실이며,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도 없고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 책엔 ‘길가메시 이야기’를 비롯한 각종 신화와 예술작품도 등장한다. 길가메시 이야기에 나오는 우트나피시팀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것 먹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5000년이 지나 인터넷에 우주 정거장까지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모든 철학이 내놓는 결론”이라고 전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인간의 존재 의미는 결코 퇴색하지 않으리란 게 저자의 소신이다. 저자는 “우리는 138억년 전 빅뱅이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다. 우리 조상이 한 명이라도 실패했다면 진화의 고리는 끊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우리가 인간의 행동만으로 그들에게 의식이 있다고 믿듯이 기계의 행동이 인간과 수학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기계에도 의식이 있음을 믿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 뇌의 코딩 알고리즘, 즉 ‘뇌의 언어’를 밝혀내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뇌라는 기계의 매뉴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그 기계의 매뉴얼을 여러분은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않고 살아왔다”며 자신이 이 책에서 전한 것은 바로 그 매뉴얼이라고 설명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