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50대 표심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대별 유권자 비중에서 50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체 유권자의 20%에 육박했다. 과거 선거에선 20~30대는 진보적, 50대는 60대 이상과 함께 보수성향이 강했으며 40대가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 때부터 달라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40대 이하는 진보적, 60대 이상은 보수적 경향을 보였다.

50대가 왼쪽으로 클릭을 조정하면서 중도지대에서 ‘캐스팅보트(가부가 동수일 때 결정권을 쥔 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가 50대로 진입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고령층 유권자 비중 늘어

세대별 유권자 수는 20~40대는 갈수록 줄고, 50대 이상은 늘고 있다.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20대 유권자(19세 포함)는 2002년 897만여명(25.16%)에서 올해(1월 기준) 737만여명(17.71%)으로 줄었다. 30대 비중은 24.83%에서 18.11%로, 40대는 21.78%에서 20.94%로 각각 떨어졌다.

반면 50대는 12.61%에서 19.82%로, 60대 이상은 15.61%에서 23.42%로 크게 늘었다. 각 주자들이 실버 공약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정확한 대선 선거인 명부는 내달 27일 확정된다.
◆50대 유권자의 특징

한국갤럽의 지난 2월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대 40%, 30대 48%, 40대 37%, 50대 23%의 지지율을 보였다. ‘우클릭, 중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20대 11%, 30대 16%, 40대 22%로 문 전 대표에 비해 크게 낮았으나 50대에선 25%로 오차 범위였다. 안 지사가 뜬 것은 50대의 지지에 크게 힘입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연합뉴스·KBS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 성인 204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2.2%포인트) 결과 50대에서 문 전 대표는 22.4%, 안 지사는 21.6%의 지지율로 각축을 벌였다.

한국갤럽의 2월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20~40대에서 50%대의 고공행진을 하다가 50대에선 36%로 뚝 떨어졌다. 범(汎)보수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 합계는 20~40대 8~11%에서 50대에선 23%로 올랐고, 60대 이상에선 34%였다.

◆20~40대 때의 투표 성향 유지

과거 선거 때 50대는 보수 성향이 뚜렷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59%, 59.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반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50대에서 57.9%로 앞섰다. 2012년 대선 출구 조사 때 50대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62.5%를 몰아줬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 정당 투표에서 50대는 39%만이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60대 이상이 59%를 지지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수화돼 가는 ‘연령 효과’가 현재의 50대엔 잘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20~40대 때의 투표 성향을 50대 들어서도 일정 정도 유지하는 이른바 ‘세대 효과(코호트 효과)’ 가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전두환 정부에 저항한 ‘86세대’가 과거 ‘5060세대’처럼 보수층에 편입되지 않고 40대 이하와 60대 사이의 중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도 ‘40대의 진보화-50대 캐스팅보트’ 지형을 만들어 낸 요인으로 꼽힌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