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림산업, 2조원대 미국최대 ECC공장 인수 추진
마켓인사이트 3월19일 오후 4시45분

대림산업이 약 2조원을 들여 미국에서 가장 큰 에탄 크래커(ECC·셰일가스를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방식) 공장 인수에 나섰다. 인수에 성공하면 롯데케미칼을 넘어 국내 최대 ECC 생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대림의 첫 해외 M&A 시도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최근 미국 천연가스 개발 업체인 윌리엄스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에탄 크래커 사업 부문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단독] 대림산업, 2조원대 미국최대 ECC공장 인수 추진
매각 대상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있는 가이스마 올레핀 공장(사진) 지분 88.5%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 외에 글로벌 화학 기업이 대거 뛰어든 만큼 매각 가격이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탄 크래커 공장 외에 천연가스 공급용 파이프라인까지 추가로 인수할 경우 인수가격이 3조원을 웃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파트너스는 사업 구조조정과 현금 확보를 위해 비주력 부문인 에탄 크래커 공장을 팔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다.

대림산업이 인수할 경우 이 회사의 첫 조(兆) 단위 인수합병(M&A)이자 사실상 1호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M&A)이 된다. 대림산업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2016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3000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등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춘 만큼 금융권 등으로부터 부족한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인 이해욱 부회장이 이번 M&A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ECC 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가이스마 올레핀 공장 인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에틸렌 시장판도 바뀌나

석유화학의 기본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셰일가스를 이용하는 에탄 크래커 방식과 나프타를 분해하는 나프타 분해(NCC) 방식으로 나뉜다. 대림은 한화그룹과 함께 설립한 여천NCC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지만, NCC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ECC 시설 확보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롯데케미칼이 2015년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과 함께 루이지애나주에 ECC 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도 대림이 이번 M&A전에 뛰어든 이유로 작용했다. 윌리엄스파트너스의 ECC 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규모는 약 90만t으로, 2018년 문을 여는 롯데-액시올의 루이지애나 공장과 비슷한 규모다. 롯데와 액시올은 루이지애나 공장을 짓는 데 3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대림과 롯데-액시올의 생산규모는 비슷하지만 대림은 곧바로 ECC 방식으로 에틸렌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롯데-액시올은 가동률을 끌어올리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M&A를 통해 ECC 분야에 진출하려는 대림의 전략이 직접 투자를 통해 진출하려는 롯데의 전략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향후 ECC를 둘러싼 국내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ECC의 원가 경쟁력이 NCC보다 월등한 만큼 ECC 설비를 갖춘 업체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며 “대림이 윌리엄스파트너스 공장 인수에 성공하면 글로벌 화학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종합화학도 이런 점을 감안해 예비 입찰에 참여했지만, 시설이 노후화된 점을 감안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도 여러 경로를 통해 ECC 시설 확보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소람/좌동욱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