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실적악화로 여유 없는데 지분 되사려면 부담 가중…사모펀드 '이별통보'에 속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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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이앤알·SK B&T 등 기업공개작업 늦어지며 FI들 풋옵션 행사 나서
모회사들 자금마련 고심
모회사들 자금마련 고심
기업들이 과거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면서 맺은 옵션 계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적 악화 등으로 FI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FI의 투자 지분을 되사줘야 할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투자금 회수 나서는 PE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오릭스는 다음달 GS에 GS이앤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오릭스는 버팔로이앤피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GS이앤알 지분 351만1115주(25%)를 보유하고 있다. 오릭스가 옵션을 행사하면 GS는 해당 지분을 2100억원에 되사줘야 한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진 역시 IMM PE가 보유한 한진해운신항만 지분을 되사주는 내용의 옵션 계약을 맺고 있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IMM은 4월1일부터 이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IMM이 보유한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1주’에 대한 (주)한진의 매입 부담은 3650억원에 달한다.
다만 한진은 글로벌해양펀드, 부산항만공사(BPA)가 측면 지원을 통해 지분을 조기 매입하기로 한 만큼 (주)한진 차원에서 부담할 자금은 1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SK해운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SK B&T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SK B&T 지분을 2014년 매각하면서 도미누스PE 등 FI에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드래그얼롱으로 인해 SK해운의 SK B&T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그 전에 SK해운이 FI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힘든데…
PE들이 ‘피’를 섞은 기업과 이별을 선언하는 것은 투자한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IPO 등을 통한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STX그룹이 해체되면서 오릭스를 거쳐 2014년 GS그룹에 인수된 GS이앤알은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 개선세가 지지부진하다. 2012년 1조1158억원에 달한 매출은 2015년 6976억원, 지난해에는 645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1억원으로 2012년(675억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 때문에 2013년 2977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낸 이후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PO를 기대하고 2대주주로 남았던 오릭스 역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결정한 것으로 IB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수년째 계속된 해운업 불황 탓에 한진해운신항만과 SK B&T의 성장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FI들이 기존에 약속한 대로 옵션을 행사하면 기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 등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급전까지 마련해 FI의 지분을 되사줘야 해서다.
GS는 지난 13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GS이앤알에 이미 1000억원가량을 수혈해준 상태다. 여기에 오릭스 지분까지 되사줄 경우 추가로 21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주)한진은 보유 중인 부산신항국제터미널 지분 40%를 매각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FI들은 지분투자를 하면서 실적이나 IPO에 연동된 옵션 계약을 건다”며 “불황으로 고전하는 업종에 속한 기업의 모회사가 감당할 자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유정/이동훈 기자 yjlee@hankyung.com
◆투자금 회수 나서는 PE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오릭스는 다음달 GS에 GS이앤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오릭스는 버팔로이앤피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GS이앤알 지분 351만1115주(25%)를 보유하고 있다. 오릭스가 옵션을 행사하면 GS는 해당 지분을 2100억원에 되사줘야 한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진 역시 IMM PE가 보유한 한진해운신항만 지분을 되사주는 내용의 옵션 계약을 맺고 있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IMM은 4월1일부터 이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IMM이 보유한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1주’에 대한 (주)한진의 매입 부담은 3650억원에 달한다.
다만 한진은 글로벌해양펀드, 부산항만공사(BPA)가 측면 지원을 통해 지분을 조기 매입하기로 한 만큼 (주)한진 차원에서 부담할 자금은 1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SK해운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SK B&T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SK B&T 지분을 2014년 매각하면서 도미누스PE 등 FI에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드래그얼롱으로 인해 SK해운의 SK B&T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그 전에 SK해운이 FI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힘든데…
PE들이 ‘피’를 섞은 기업과 이별을 선언하는 것은 투자한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IPO 등을 통한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STX그룹이 해체되면서 오릭스를 거쳐 2014년 GS그룹에 인수된 GS이앤알은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 개선세가 지지부진하다. 2012년 1조1158억원에 달한 매출은 2015년 6976억원, 지난해에는 645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1억원으로 2012년(675억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 때문에 2013년 2977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낸 이후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PO를 기대하고 2대주주로 남았던 오릭스 역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결정한 것으로 IB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수년째 계속된 해운업 불황 탓에 한진해운신항만과 SK B&T의 성장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FI들이 기존에 약속한 대로 옵션을 행사하면 기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 등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급전까지 마련해 FI의 지분을 되사줘야 해서다.
GS는 지난 13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GS이앤알에 이미 1000억원가량을 수혈해준 상태다. 여기에 오릭스 지분까지 되사줄 경우 추가로 21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주)한진은 보유 중인 부산신항국제터미널 지분 40%를 매각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FI들은 지분투자를 하면서 실적이나 IPO에 연동된 옵션 계약을 건다”며 “불황으로 고전하는 업종에 속한 기업의 모회사가 감당할 자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유정/이동훈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