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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9824 판결>
1. 사실관계
원고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이하 ‘원고’라 한다)는 1993. 4. 28. K와 피보험자를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이하 ‘대한교육보험’이라 한다)로 정하여 소액대출보증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B는 K의 원고에 대한 위 계약상 구상금채무(이하 ‘이 사건 구상금채무’라 한다)를 연대보증했다. K가 대한교육보험에 대한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연체하자, 원고는 1995. 7. 25. 대한교육보험에 약 2,000만원을 대위변제하였다. B는 2000. 11. 24. 사망하였고, 그 유족으로는 배우자인 피고 1, 자녀들인 피고 2, 피고 3, 피고 4가 있었다. 피고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하였고, B의 어머니인 A가 B의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했다. 당시 피고들은 2001. 2. 3. 창원지방법원에 망 B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위 법원은 2001. 2. 22. “청구인들이 2001. 2. 3.자로 한 피상속인 망 B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신고를 수리한다.”라는 심판을 했다. 그 후 A는 2004. 2. 10. 사망했고, 그 자녀들로는 망 B 외에 C, D, E가 있었다. A가 사망하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2. 판결요지
원심은 A가 사망 당시 B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외에 고유재산이 없었다는 우연한 사정을 들어 피고들의 B에 대한 상속포기의 효과가 A의 사망에 따른 대습상속에까지 미치므로, 결국 피고들은 A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구상금채무의 대습상속을 포기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042조). 따라서 제1순위 상속권자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제2순위에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된다. 상속포기의 효력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된 상속에만 미치고, 그 후 피상속인을 피대습자로 하여 개시된 대습상속에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대습상속은 상속과는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인 데다가 대습상속이 개시되기 전에는 이를 포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종전에 상속인의 상속포기로 피대습자의 직계존속이 피대습자를 상속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피대습자의 직계존속이 사망할 당시 피대습자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외에 적극재산이든 소극재산이든 고유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리 볼 이유도 없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사망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여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포기를 했는데, 그 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사망하여 대습상속이 개시된 경우에 대습상속인이 민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위와 같은 경우에 이미 사망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의 사망으로 인한 대습상속도 포기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상속포기의 절차와 방식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에 대한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이와 달리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포기를 이유로 대습상속 포기의 효력까지 인정한다면 상속포기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꾀하고자 하는 상속포기제도가 잠탈될 우려가 있다.”
3. 해설
가. 대습상속이란 무엇인가?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자가 되어 상속권을 상실하게 된 경우, 그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결격된 사람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제1001조, 제1003조 제2항). 이 때 원래 상속인이 되었을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를 피대습자라 하고, 피대습자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를 대습자(대습상속인)라 한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상속인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인에 갈음해서 상속을 받는다. 이것을 대습상속이라고 한다. 피상속인(할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한 상속인(아버지)을 피대습자라고 하고, 상속인의 자녀로서 대신 상속을 받는 사람을 대습자(손자)라고 한다. 대습상속을 하게 되면 대습자가 피대습자의 순위에서 피대습자의 상속분을 상속하게 된다(제1010조 제1항). 이 사건에서 피상속인 A가 사망하기 이전에 A의 상속인인 자녀들(B, C, D, E) 중 B가 먼저 사망하였기 때문에 B는 피대습자가 되었고 B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대습자(대습상속인)가 되어 B의 재산을 대습상속했다. 대습상속 역시 그 본질은 상속권이다. 따라서 대습상속이 개시되기 전, 즉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미리 그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나. 상속포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인에게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상의 권리의무가 법률상 당연히 포괄적으로 승계되는데(민법 제1005조), 상속인의 의사를 고려하여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 상속포기제도이다. 피상속인에게 재산보다 부채가 많을 때 그 효용가치가 크다. 상속의 포기는 상속에 관한 법률상 지위를 상실시키는 행위로서 다른 공동상속인 또는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민법은 그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고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상속포기의 기간을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월로 제한하고(민법 제1019조 제1항 전문), 상속인이 이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않은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며(민법 제1026조 제2호), 상속포기의 취소는 허용되지 않는다(민법 제1024조 제1항). 또한 상속포기의 방식은 위 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도록 엄격하게 제한된다(민법 제1041조). 가사소송법과 그 규칙은 상속포기의 절차와 방식을 정하고 있는데, 상속인 등이 피상속인의 성명과 최후주소, 피상속인과의 관계 등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고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한 서면에 의하여 가정법원에 신고하여야 하며(가사소송법 제36조 제3항, 가사소송규칙 제75조 제1항, 제2항), 가정법원이 상속포기신고를 수리할 때 반드시 심판절차를 거쳐 심판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가사소송규칙 제75조 제3항). 상속포기의 기간, 방식과 절차를 정한 민법의 위 규정들은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위반하여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포기를 하거나 그 방식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상속포기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9021 판결 등).
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의 상속포기는 피상속인 B로부터 상속받는 것을 포기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B가 부담하는 이 사건 구상금채무는 B의 사망 후 제1순위 상속인인 피고들의 상속포기에 따라 제2순위 상속인인 A에게 단독 상속되었다가, 그 후 A의 사망에 따라 자녀들인 C, D, E 그리고 망 B의 대습상속인인 피고들에게 공동으로 상속되었다. B의 사망 후 피고들이 상속포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B에 대한 상속포기에 지나지 않아 그 효력이 B의 어머니인 A의 사망에 따른 대습상속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 A의 사망에 따라 B를 피대습자로 한 대습상속이 개시된 후 피고들이 상속의 효력을 배제하고자 하였다면, B에 대한 상속포기와는 별도로 다시 민법이 정한 기간 내에 상속포기의 방식과 절차에 따라 A를 피상속인으로 한 상속포기를 하였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보지 않고 상속포기의 효력이 대습상속에까지 미친다고 한다면, 만약 피상속인(이 사건에서의 A)에게 적극재산이 많아서 상속을 받을 이익이 있을 경우에 대습상속인은 큰 불이익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할 경우에만 상속포기의 효력이 대습상속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본다면, 우연한 결과에 따라 상속여부가 달라지게 되어 상속과 관련한 법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되고 엄격한 상속포기절차를 규정한 법의 취지가 몰각되어 부당하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