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오피스 빌딩, 창고 등 해외 부동산 매입거래를 따내도 정작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해외 부동산의 투자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신중해진 해외 부동산 투자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JB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미국 덴버의 컴캐스트 사옥 빌딩 인수를 포기했다. 이 회사는 국내 기관의 돈을 모아 7200만달러(약 800억원)에 미국 1위 케이블 방송사인 컴캐스트 신축 사옥을 매입하려 했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A증권사가 총액 인수를 추진했지만 리스크가 있다는 이유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탓이다.

기존 거래 규모와 조건을 바꿔 다시 자금 모집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과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 말 미국 월마트 매장 40개를 인수하려다 투자금 모집 등에 어려움을 겪고 포기했다. 하나자산운용은 사들이는 매장 수를 줄이고 가격을 낮춰 새로 투자자를 모으기로 했다. FG자산운용은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 파리 로레알 사옥을 매입하려다 한 대형 증권사가 투자를 포기하자 NH투자증권을 끌어들여 인수를 추진 중이다.

◆美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매력↓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부터다. 미국 부동산을 매입할 때 현지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T-노트(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인 지난해 11월1일 연 1.83%에서 지난 3월1일 연 2.46%로 상승한 여파다.

한 공제회의 해외 대체투자 담당자는 “T노트 금리가 연 0.5~0.6%포인트 오르면 지렛대 효과를 반영한 지분 투자 수익률은 연 1~2%포인트가량 떨어진다”며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부동산 투자매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뭉칫돈을 투입한 공제회 보험사 증권사 사이에 ‘해외 부동산 투자가 과열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가 미국 부동산을 매입할 때 환헤지를 하면 ‘웃돈(이종통화 간 스와프 프리미엄)’을 받았지만,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지금은 연 0.2~0.3%(3개월 스와프 기준)가량의 수수료(마이너스 프리미엄)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박대양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은 “금리 인상기에는 이미 투자한 해외 부동산 수익률이 떨어진다”며 “당연히 신규 투자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그동안 기관들이 선호하던 부동산 총액 인수 대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채권과 선순위 대출 주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승영 메리츠종금증권 상무는 “수익률이 높아진 부동산 대출 건은 현지에서 모두 소화돼 국내 기관에는 기회가 잘 안 온다”며 “이로 인해 유럽 물류창고와 신흥국 오피스 빌딩 등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서기열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