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5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서미경 씨. 왼쪽은 1970년대 모습. 연합뉴스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서미경 씨. 왼쪽은 1970년대 모습.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 씨(57)가 롯데그룹 오너일가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이틴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36년 만에 처음이다.

서씨는 20일 오후 1시34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롯데그룹 오너일가 재판 시작 30분 전이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서씨는 “그동안 왜 검찰 조사에 불응했느냐”는 등의 취재진 물음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씨는 지난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결과 배임·탈세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지면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재판관은 서씨의 직업과 주소를 확인했다. “유기개발 이사가 맞느냐”고 묻자 서씨는 “현재 직업은 무직”이라고 답했다.

신 총괄회장과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씨는 베일에 가려져있었다. 일본에 머문 것으로만 알려진 서씨의 사생활은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어린 시절 그는 톱스타였다. 아역배우로 출발해 서울 금호여중 재학시절인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됐다. 서구적인 미모로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1981년 돌연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이 ‘스폰서’라는 소문이 떠돌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신 총괄회장과의 나이 차이는 37살에 이른다. 서씨가 20대 초반일 당시 신 총괄회장은 환갑을 바라보고 있었다.

1988년 신 총괄회장 호적에 5살 여자아이(1983년생)가 뒤늦게 올라오면서 큰 화제가 됐다. 서씨와 신 총괄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33)이다. 신 총괄회장은 뒤늦게 얻은 막내딸을 유독 귀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딸을 낳은 후 사실상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 하지만 롯데 오너일가에선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서씨를 ‘아버지(신 총괄회장)의 여자친구’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의 각별한 배려로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롯데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을 갖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서씨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증여받거나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으로만 1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엔 1000억원에 이르는 토지와 건물을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검찰은 서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탈세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씨는 2006년 신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1.6%를 타인 명의로 넘겨받으면서 증여세 298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딸 신씨와 함께 롯데 측에서 ‘공짜 급여’ 117억원을 받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770억원을 벌어들인 혐의도 받고 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