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 참석해 휠체어를 타고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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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 참석해 휠체어를 타고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 회사는 내가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신 총괄회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 심리로 열린 롯데 오너 일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57)씨 등도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신 총괄회장은 오후 2시 정각에 시작한 재판에 20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재판장이 기본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을 진행하자 "이게 무슨 자리냐"고 물었다.

변호인이 "검찰 단계에서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셔서…"라고 말꼬리를 흐리자 재판장은 "재판중이라는 걸 잘 모르시냐"고 물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옆자리에 앉은 신 회장, 신 부회장 등에게 질문을 던졌고, 신 회장은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재판장이 신 회장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는거냐"고 묻자 신 회장은 "누가 회장님을 기소했냐,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구냐고 물으신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자기가 만든 회사인데 누가 대체 자기를 기소했느냐,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재판장은 신 총괄회장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부인 입장을 모두 밝히자, 신 총괄회장 측에 "퇴정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신 총괄회장은 직원들이 휠체어를 밀며 이동하려 하자 제지하고는 변호인과 다시 말을 주고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눈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라며 그의 말을 대신 전달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에게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재판장은 이에 "나중에 설명해달라. 그 정도 말씀이면 퇴정해도 될 듯하다"고 거듭 퇴정을 허락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 밖으로 발을 내딛으며 퇴정을 거부했다. 주변에서 "(재판부가) 회장님 설명을 들으실 겁니다"라고 설득하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두르려 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신 회장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딸인 신영자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내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신 총괄회장은 법정 출석 30분 만에 먼저 자리를 떠났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