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에서 관람객들이 셀바스가 전시한 의료기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근희 기자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에서 관람객들이 셀바스가 전시한 의료기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근희 기자
“의료기기에 화장품을 바른 뒤 누르면 차례로 화장품이 흡수되면서 처진 피부가 팽팽해집니다.”

지난 16일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인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미용 의료기기업체 대신엔터프라이즈 직원이 제품 설명을 하며 시연하자 옆에 있던 통역사가 중국어로 번역했다. 5~6명의 중국 바이어들은 의료기기를 유심히 살피며 질문을 던졌다. 대신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오전부터 해외 바이어들이 몰렸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영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K뷰티·의료기기 “사드 무풍지대”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KIMES에는 여기저기서 중국말이 들렸다. 중국 바이어들은 국내 의료기기 업체 부스를 찾아 관심을 보였다. ‘사드 보복’ 등으로 냉랭해진 한·중 관계가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은 듯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온 리차오는 “올해가 7번째 방문인데 출품 업체와 의료기기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며 “사드 문제 때문에 한·중 관계가 좋지 않지만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전시회에 참가한 피부미용 및 건강 관련 업체는 224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 바이어들도 피부 레이저, 피부 리프팅 기기 등 미용 의료기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용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루트로닉, 대신엔터프라이즈, 대주메디칼 등의 전시 부스는 중국,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의 해외 바이어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 K뷰티의 영향으로 한국 미용 의료기기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AI로 똑똑해진 의료기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도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셀바스AI는 의료 정보기술(IT) AI 테마존을 마련해 AI 기술이 적용된 셀비 메디보이스, 셀비 체크업 등을 선보였다. 셀비 메디보이스는 진료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대화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문자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5개 병원에서 이를 활용할 예정이다. 셀비 체크업은 AI 기반 질병 예측 서비스다. 개인 건강검진 기록을 입력하면 폐암 간암 등 6대암을 비롯해 3년 내 주요 성인병 발병 확률을 예측한다. 이날 관람객들은 자신의 건강 정보를 입력해 질병 예측 서비스를 체험했다. 셀바스AI 관계자는 “신촌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에 셀비 체크업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병원, 보험사, 대학 등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은 딥러닝(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한 진단 보조 기기를 내놨다. 에스 디텍트 포 브레스트는 유방암 등 관련 질병의 악성 여부를 알려준다. 본 서프레션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흉부 엑스레이 촬영 때 갈비뼈에 가려 발견하기 어려운 질병을 찾아낸다. 비트컴퓨터는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의료정보시스템 클레머를 전시했다. 클레머는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접목해 처방전, 전자의무기록 등을 관리하는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이다.

의료용 로봇 국산화 ‘속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내 의료용 로봇 기술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업체들은 수술로봇, 보행보조 로봇, 로봇재활 시스템 등 로봇을 활용한 의료기기를 내놨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생업체 엑소아틀레트아시아는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재활 로봇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환자가 착용할 수 있는 몸체와 환자가 직접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목발, 보조자가 제어하는 태블릿PC로 구성돼 있다. 계단 오르내리기, 제자리 걷기, 걷기, 앉기, 서기 등 다양한 모드를 지원한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의료용 로봇 개발기업인 큐렉소는 자사 제품과 현대중공업 제품을 함께 전시했다. 지난 13일 현대중공업 의료로봇사업부를 인수한 큐렉소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사와 현대중공업의 의료용 로봇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 회사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 신제품인 티솔루션원과 자연분만유도기 베이디를 선보였다. 현대중공업의 중재시술로봇 로빈도 함께 전시했다. 중재시술로봇은 복부 및 흉부에 바늘을 삽입해 치료하는 의료기기다.

의료기기업체 에스앤에스는 발에 신을 수 있는 로봇재활 기기인 바이오닉 레그와 무중력 상태에서 보행 재활할 수 있는 기기인 A.G.T를 전시했다.

김근희/임락근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