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래 대학의 파트너십
1997년 피터 드러커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30년 후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강의가 보급되면서 기존 대학교육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분명한 것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온라인 교육의 효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이것이 오프라인 대면교육의 장점을 넘어서는 순간, 대학은 기존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서울에만 57개 대학이 있고, 거의 모든 도시에 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적어도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력을 위한 기본 토대가 구축돼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협력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좋은 모델로 일본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일본은 지역의 기업이나 상인들은 필요한 기술이나 지원을 대학으로부터 받고 졸업생들은 지역에서 취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예전부터 구축해 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의 주된 협력 파트너는 기업이었다. 반면 대학이 몸담고 있는 지역사회, 공동체와의 파트너십은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변화들을 목도하게 된다. 일례로 서울시가 입안해 실행단계에 접어든 서울시캠퍼스타운사업은 서울시가 지원하고 구청과 대학,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지역의 현안을 풀어나가는 사업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역시 용산구청과 함께 용문동 전통시장 및 용산전자상가 지역을 새롭게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 역시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다. 대학 경계 안의 지적 인프라를 지역사회로 확장함으로써 대학은 더 적극적으로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상생하는 것이다.

과거의 대학이 지식을 보유하고 전수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면, 앞으로는 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학은 자신의 생존을 넘어 지역사회의 현안, 공동체의 가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고민의 과정을 자산으로 학생들을 교육함으로써, 그 해법을 제시하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공익(公益)을 위한 대학, 산학관(産學官) 협력, 대학이 추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강정애 < 숙명여대 총장 kangjap@s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