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오는 5월 말 1심 판결이 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 사장단 인사도 추가로 미뤄지며 아예 한 해를 건너뛰어 올해 말에야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사장단 인사는 매년 12월 초에 이뤄지는 게 관례였지만 최순실 사태로 지난해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은 지난 2월 말 특별검사 수사 종료에 맞춰 사장단 인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인사를 미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의 2차 공판준비기일이 23일 오전 10시로 잡혔다. 이 부회장이 기소된 지 20여일 만이다. 원칙적으로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기소일로부터 3개월 내 1심 판결이 나와야 하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지난 9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은 최순실, 안종범, 장시호 씨 등에 대한 재판이 동시 진행되고 있어 매주 몇 차례 공판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도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횡령, 위증,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 다섯 가지 혐의를 받고 있고 수사기록만 3만 페이지에 달해 무죄 입증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도 이 부회장 재판은 안종범·최순실·장시호 씨 재판과 연계돼 있는 만큼 서둘러 이 부회장에 대해서만 판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소일로부터 3개월 안에 1심 판결을 내도록 한 것은 권고사항이어서 꼭 지킬 필요는 없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은 6~7월께나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 사장단 인사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없앤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 없이 사장단 인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7월은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시점인 데다 정보기술(IT)업계의 성수기인 3, 4분기가 시작되는 때여서 사장단 인사를 할 시점이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7월이 넘어가면 사장단 인사를 연말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