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법정 근로시간을 1주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잠정 합의했다.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남은 쟁점도 많다. 연장·휴일근무 수당 중복 문제, 특별 연장근로(8시간) 인정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실질 임금 감소에 대한 대비책도 논의되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근로시간 단축 6대 궁금증] "근로시간 줄면 월급 39만원 깎여…노사 합의해도 초과근로 안돼"
(1)'1주일=7일'명시 의미는
별도 계산하던 휴일근무 16시간, 전체 근로에 포함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의 기준은 ‘1주일’이다. 정규 근로는 하루 8시간씩 1주일에 40시간이고, 노사가 합의하면 1주일에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의 1주일이 5일(월~금)이라는 해석을 유지해왔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참조한 일본 노동기준법이 1주일을 5일로 명시하고 있어서다. 토·일요일(휴일)은 1주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제까지 최장 근로시간은 정규 근로(40시간)와 연장근로(12시간)에 별도의 휴일근로 16시간(8시간+8시간)을 더한 68시간이었다.

여야 합의안은 1주일이 7일이라고 법에 규정해 별도의 휴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별도 16시간의 휴일근로가 사라지고 최장 근로시간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2) 근로자 원하면 초과근무 가능한가
주 52시간 넘게 일하면 사업주 형사 처벌 받아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 규정이다. 노사가 더 일하겠다고 합의해도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면 사업주가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받는다.

기업들은 최소 8시간의 특별 연장근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변동에 따라 사업장 가동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다. 2015년 노·사·정 합의 당시에는 4년간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정 근로시간을 어기면 형사 처벌하는 국가는 한국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은 위반 시 과태료만 부과한다. 일본은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안 주는 경우만 처벌한다. 프랑스와 미국, 영국도 처벌 규정이 없다. 연장근로에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는 기준만 있을 뿐이다. 또 대부분 국가는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6대 궁금증] "근로시간 줄면 월급 39만원 깎여…노사 합의해도 초과근로 안돼"
(3) 모든 업종에 적용되나
은행원·학원강사·의사 등 26개 특례직종은 예외


근로시간 단축이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26개 업종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택시·버스 운전기사(운수), 의사 간호사 약사(의료), 은행·증권·보험사 직원(금융보험업), 백화점 판매원(물품판매업), 학원 강사(교육연구업), 음식점 직원(접객업) 등은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만 예외 업종이라고 해서 무조건 근로시간 초과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간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늘린다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 따라 특례업종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운송, 보건, 방송 등 10개 업종으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야권에선 특례업종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4) 월급은 얼마나 줄어드나
제조업 근로자 월급 13% 감소 효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하루, 1주일, 한 달 등을 일했을 때 일반적으로 받는 임금이다.

국내 제조업체는 대부분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기형적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 수십년간 기업이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정책에 따라 기본급 인상을 자제하면서도 근로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실질 임금을 줘야 했기 때문이다. 근로자도 통상임금의 1.5배를 주는 야근·주말특근 수당을 선호했다.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야근·특근 수당도 줄어든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1주일에 5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는 근로자(제조업)는 40만9000여명이다. 이들은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특근을 하며 수당으로 88만4000원을 받고 있다.

연장근로가 12시간으로 제한되면 이들의 야근·특근은 9.4시간 감소한다. 이에 따른 수당 감소는 38만8000원으로 분석됐다. 평균 월급이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한다.

(5) 휴일근무 할증 수당은 150%? 200%?
중복할증 해석 분분…대법원에 계류


현행법상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인지는 해석이 엇갈린다. 고용부는 휴일근로를 별개로 봐왔다. 이에 맞춰 기업은 휴일근로에 150%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2010년께부터 근로자들이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휴일 50%, 연장 50%의 할증률을 합쳐 총 200%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휴일근로 중복할증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현재 14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중 11건은 하급심에서 중복할증을 인정했다. 대표 사건인 ‘성남시 환경미화원 사건’은 2012년 2월 대법원에 상고된 지 5년이 넘었다.

(6) 일자리 얼마나 늘어날까
프랑스는 고용 안늘고 성장만 '뒷걸음'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면 11만2000~19만3000명이 새로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이 가동률을 맞추기 위해 새로 사람을 뽑을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많다. 고용시장은 경제 상황 등 외부 여건과 맞물려 움직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론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프랑스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0년 근로시간을 주당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출·투자 감소, 실업률과 공공부채 증가 등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프랑스는 작년 5월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0시간으로 늘렸다.

심은지/강현우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