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김영란법 적용 예외'
원장은 여전히 법 적용…학부모들 '선물 건네기' 눈치
'알림장'에 은근히 선물 요구도
워킹맘 "자녀 불이익 볼까" 걱정
어린이집 학부모 카톡창에는 “담임 보육교사에게 줄 선물을 챙기고 있느냐”는 문의가 자주 오간다. 정부가 지난해 말 어린이집 종사자 중 보육교사를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유치원이나 일반 학교 교사처럼 법 적용 대상으로 해석했다. 어린이집이 정부의 ‘누리과정’(만 3~5세 유아대상 공통 교육·보육 과정) 업무를 위탁받았으니 공직자가 아니어도 공공업무를 위탁받은 ‘공무수행 사인(私人)’에 해당된다고 봤다. 하지만 ‘관계부처 청탁금지 해석지원’ 팀(TF)은 지난해 말 “단체가 위임·위탁받은 사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원장이 아닌 소속 구성원인 개인은 제외된다”며 법을 재해석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아닌 교사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들도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 적용이 달라진 후 3개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학부모가 많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학부모 이모씨(35)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주변 엄마 모두 지난 설에 교사들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다”며 “법 해석이 바뀌었는지 전혀 몰랐는데 앞으로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학부모들이 음식 같은 소소한 선물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원장은 여전히 법이 적용된다고 해 눈치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집에선 학부모에게 김영란법 적용 잣대가 바뀐 사실을 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안모씨(37)는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받아보는 알림장에 ‘어린이집은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공지가 왔다”며 “선물을 하라는 말로 들려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모씨(36)는 “자녀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녀 선물을 주지 못할 줄 알았다”며 “학부모 카톡방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난리”라고 전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워킹맘’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제대로 ‘성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가 행여 자녀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학부모는 “전업주부만큼 어린이집 교사를 챙겨주기 어려워 김영란법이 생겼을 때 내심 반겼는데 이제 주변 학부모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