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북한의 원유 수입, 해외 금융 거래, 외화벌이를 차단하는 초강경 제재 법안을 발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서) 엉망진창인 대북정책을 물려받았다”고 비판해 조만간 새로운 접근 방식의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은 21일(현지시간)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 R 1644)’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에는 공화·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했다. 법안은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봉쇄, 외국 기업의 외화벌이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외국 은행의 북한 금융기관 대리계좌 유지 금지를 핵심 제재안으로 담았다. 이 밖에 북한 선박 운항 금지, 북한의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북한에 전화·전신·통신서비스 제공 금지, 북한의 교통·광산·에너지·금융 서비스사업 운영 금지도 미 정부의 재량적 제재 대상 행위로 명시했다.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엔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이행강화법(H.R757)’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담기지 않았던 강력한 신규 제재들이 포함됐다.

이번 법안은 무엇보다 북한으로 원유 및 석유 제품 판매·이전을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인도적 목적의 중유는 제외했다. 북한 경제와 군사 동력을 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제정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는 항공연료 금수 조치만 담고 있다.

법안은 또 미국 관할권 내 북한자산 거래를 금지했다. 북한산 식품·농산품·직물과 어업권을 구매·획득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망신스럽고 전혀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최근 중국 방문과 이어진 조셉 윤 북핵 6자회담 미 수석대표의 방중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브리핑받은 내용을 소개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측이 북한과의 불법활동에 연루된 중국 기업과 기업인을 제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과 불법거래한 중국 2위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에 지난 7일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도 비슷한 혐의로 미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자국의 북한 제재법이나 통상법을 어긴 혐의를 받는 30여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카드로 쥐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