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따라 복사꽃은 아득히 흘러가는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별천지가 있으니 인간세계가 아니구나
이태백(701~762)은 이를 배경으로 ‘산중문답(山中問答)’이란 시를 썼다. 흐르는 계곡물에 복사꽃이 가득 떠내려오는 무릉도원을 빌려와 자기가 머무는 자리를 별천지(別有天地)라고 불렀다. 인간세계라고 할 수 없는(非人間), 즉 신선세계라는 것이다. 하긴 별천지란 별것 아니다. 바로 꽃천지다.
경남 합천 가야산 남쪽 계곡은 봄날 떨어진 진달래 꽃잎이 붉게 흘러 홍류동(紅流洞)이라고 칭한다. 또 만수동(萬壽洞)이라고 불렀다. 불로(不老)의 신선을 꿈꾸던 은자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심심풀이 삼아 십리계곡을 열아홉 구역으로 나누고 명소마다 운치 있는 이름표까지 달아 놓았다. 그런데 진입부의 1, 2, 3번을 모두 무릉도원과 관련된 명칭을 부여한 것이다.
제1경은 멱도원(覓桃源)이다. 무릉도원이 시작되는 자리다. 제2경 축화천(逐花川)이 바로 나타난다. 조선의 김종직(1431~1492)은 ‘떨어진 붉은 꽃잎 끝없이 물결 따라 흘러오네(落紅無數逐波來)’라고 노래했다. 제3경은 무릉교(武陵橋)다. 이 다리에서 서산대사(1502~1604)는 ‘꽃잎이 날리니 계곡 양편에는 봄이 가득하고… 태반이 신선이구나(花飛兩岸春…太半是仙人)’라고 읊었다. 그렇다면 입구가 바로 무릉계곡 전체와 다름없으니 더 이상 들어갈 필요조차 없다는 말이 된다. 하긴 이 봄날, 꽃피는 곳이라면 어딘들 무릉도원이 아니랴.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