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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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단계(테이퍼링)에 진입한 가운데 유럽 중앙은행(ECB)의 긴축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일본 역시 올해가 '양적완화 축소의 해'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원유 가격만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지금의 유가 조정은 '매수' 기회"라며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반등을 감안한 시크리컬 업종(정유·화학·조선·건설·자동차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0센트(0.41%) 떨어진 배럴당 48.0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올해 들어서 배럴 당 50달러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가 이달 8일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의 석유 수급 발표 이후 가파르게 내려왔다.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9주 연속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증권사 원자재 담당 연구원들은 그래도 "유가의 상승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카르텔 구성원(OPEC)'의 무서움을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는 게 유가 하락의 결정적 이유로 꼽히는데 이는 곧 다른 산유국보다 강력한 외부자가 등장한 것"이라며 "아직까지 사우디가 독자적으로 감산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 일사불란했던 카르텔의 무서움을 시장이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경계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번 유가 하락은 원유와 각종 원유 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매수' 기회"라고 판단했다. 수급 상황을 뒤바꿀 만한 재료들이 대기 중인 가운데 기술적으로도 현재 유가 수준은 지지선 하단까지 내려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 연구원은 "4월 이후에는 상업용 원유 재고는 계절적 감소 구간에 접어든다"며 "원유 투입량이 증가하면서 원유 재고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인 데다 미국 이외 지역에선 이미 원유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1월 OECD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년보다 0.8% 감소해 3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OECD 상업용 원유 재고의 변화는 유가와 연관성이 깊다. 2016년 1월, OECD 상업용 원유 재고의 증가율이 전년보다 10.6%로 고점을 기록한 뒤 2월에 10.5%로 둔화되자 유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본격 반등에 나섰다.

천 연구원은 "OECD 상업용 원유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원유 수급 상황이 점차 타이트해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올 1월부터 시작된 OPEC 감산 효과가 더해질 경우 원유 재고의 조정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연내 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5월25일 비엔나에서 열릴 172차 OPEC 정례회의가 유가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덧붙였다.

공원배 KB증권 원자재 전략담당 연구원은 유가의 바닥을 배럴당 45달러로 제시했다. 그는 "향후 OPEC 내 사우디의 유가 안정 노력과 회원국의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3분기(7~9월)부터 원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에 맞서는 OPEC의 대응 카드(감산 연장)가 나오면 유가는 다시 올라올 것"으로 판단했다.

본격 반등에 나설 유가에 대비해 경기민감 업종(정유 화학 조선 건설 등)에 미리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감이 커질수록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으로까지 테이퍼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에 이어 ECB 등이 두 번째 긴축에 나설 경우 위험자산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이내 '장기 호재'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추가 긴축의 근저에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테이퍼링을 언급한 2013년 5월 사례를 보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약 한 달간 6~11%대 조정을 받은 다음 추세적으로 뛰어올랐다"면서 "이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보면 당분간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은 '지뢰밭'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