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주인공 정해당을 연기해온 구혜선이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했다. 25일 방영되는 7회부터 배우 장희진이 정해당을 연기한다. 장희진은 지난 23일 제작진의 요청을 받고 촬영에 긴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밤무대 모창가수 정해당과 스타가수 유지나(엄정화 분)가 얽히며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구혜선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구혜선이 최근 촬영 도중 어지럼증과 간헐적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링거를 맞으며 촬영하다가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며 “검진 결과 심각한 알레르기성 소화기능 장애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MBC 관계자는 “구혜선이 드라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배우의 건강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방영 도중에 배우가 바뀌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MBC 드라마에서만 세 건이다. ‘당신은 너무합니다’에 앞서 방영됐던 주말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선 지난해 10월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 배우가 교체됐다. 악역 박신애를 연기하던 오지은이 촬영 도중 발목을 다쳐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2회까지는 오지은이, 나머지 38회 분량에선 임수향이 박신애를 연기했다.

지난달 21일엔 MBC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에서 68회까지 이소정 역으로 출연한 윤서가 혈관질환을 진단받아 중도 하차했다. 69회는 미리 촬영해 둔 분량을 편집해 내보냈고, 70회부터는 이규정이 대신 연기하고 있다. MBC 관계자는 “예전엔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중도 하차할 경우 유학이나 사망 등으로 내용을 바꿔 등장인물을 아예 빼버렸지만 요즘엔 극의 정상적인 전개를 위해 배우를 바꿔서라도 이야기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배우 교체는 제작진에 까다로운 문제다. 드라마 방영 도중에 갑자기 배우가 바뀌면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불어라 미풍아’는 부득이한 배우 교체가 이야기 전개가 바뀌는 시점과 맞물렸다. 오지은이 연기한 박신애는 12회까지 갖가지 방법으로 조희동(한주완 분)을 유혹했다. 임수향이 연기한 13회는 박신애와 조희동의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했다.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조희동이 처음 나온 여자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고 드라마에 새 인물이 등장한 줄 알았다”는 시청 후기가 올라왔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대체 투입되는 배우로선 전임자와 비교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드라마 중간에 주인공 얼굴이 갑자기 바뀌는 돌발 상황을 피하려면 사전 제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