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1년 업무정지 '중징계'
국내 2위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로 1년간 모든 상장회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신규 감사업무가 금지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대형 회계법인이 업무정지 조치를 받은 것은 대우그룹 부실감사로 2001년 업무정지 제재를 받고 파산한 산동회계법인 이후 16년 만이다. 통상 감사계약이 3년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수백억원의 매출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데다 기존 고객사 동요도 일어날 수 있어 회계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임시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안진 징계안을 확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안진이 조직적인 묵인·방조·지시를 한 점이 드러난 만큼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게 증선위 판단이다. 현행법상 업무정지는 등록취소와 함께 가장 강도 높은 행정제재에 속한다.

신규 감사업무 금지 대상은 △전체 상장사 △지정감사를 수행 중인 모든 회사 △비상장 금융회사 등이다. 이번 제재 이전에 올 들어 이미 신규 감사계약을 맺었다면 그 계약도 취소해야 한다. 안진은 이 제재안이 금융위에 최종 상정되는 4월5일부터 내년 4월4일까지 해당 기업들과 신규 감사계약을 맺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안진이 감사계약을 맺은 회사는 비상장사 845개, 상장사 223개 등 1068곳이다. 회계업계에서는 상장사 신규 감사업무(지정감사 포함) 금지로만 안진의 연간 매출이 200억원 이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6회계연도 전체 매출(3006억원)의 7%, 감사부문 매출(1051억원)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금융위는 2008~2016년 분식회계와 공시위반 등을 반복한 대우조선해양에 현행 최대 행정제재인 과징금 45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이유정/김태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