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증시 '거품 논쟁'과 한국 증시 '대세 상승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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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낙관론과 신중론 혼재
이제부터 글로벌 종목 투자 관심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이제부터 글로벌 종목 투자 관심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올랐다. 하지만 이달 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1,000을 돌파한 이후 2주 넘게 주춤거리면서 한동안 잊혀진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미국 증시 영향력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서 뒤늦게 불고 있는 ‘대세 상승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시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명하던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간 ‘주식숭배 종료’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벅셔해서웨이의 주식보유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4년 8월에는 석학 간 논쟁이 벌어졌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가 26배로, 20세기 이후 평균 수준인 15배를 웃돌아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 후 잊혀지던 거품 논쟁이 최근 투자 구루와 세계적인 석학 간에 벌어져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년 전부터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해온 실러 교수는 지금은 CAPE가 28배에 달해 적정 수준 20배를 훨씬 웃돈다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랠리의 최대 승자인 버핏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을 더 살 것을 권하고 있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혼재된 미국 증시 앞날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가 결정의 기본인 3대 요인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미국 경기는 작년 2분기를 저점(길게는 2009년 2분기)으로 다시 회복 국면에 놓여 있다. 하지만 분기별 성장률은 들쑥날쑥해 종전 회복기보다 건전하지 못하다.
기업 실적은 비교적 괜찮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에는 매출액과 같은 ‘보이는 경쟁’보다 비용 절감, 생산성 증대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전과 동일한 매출을 올린다 하더라도 수익은 늘어난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창업이 늘어나면서 실적 기대치도 높아지는 추세다.
증시 주변 자금은 유동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려나감에 따라 시중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더 중요한 시장 간 자금 흐름은 ‘금리 상승으로 손실이 커지는 채권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위험선호 투자자 자금만 증시로 유입됐으나 이보다 세 배나 많은 위험기피 투자자 자금이 들어오면 주가는 크게 오르고, 채권시장으로 되돌아간다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경계선에 놓여 있다.
앞으로 미국 주가가 오르더라도 투자자는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는 기저 효과(base effect)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낙관론(상승)과 조정론(하락)이 혼재한 만큼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금까지는 주식이 ‘편한 투자’였으나 앞으로는 ‘불편한 투자’로 변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주가(코스피 기준)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큰 폭으로 올라 뒤늦은 대세 상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증시 참여자 중 개인과 기관투자가보다 외국인 역할이 컸다. 트럼프 당선 직전 대비 주가 상승률 10%, 환차익 7%를 감안하면 외국인 수익률은 17%, 연율로 환산하면 68%에 달한다.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제는 ‘체리 피킹 매력’과 ‘환차익’이 줄어들어 경기 회복 등과 같은 추가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밑도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들어 대세 상승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세 상승론 개념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삼성전자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 몇 개 기업 위주로 코스피지수가 올라간다면 대세 상승기에 진입한다고 볼 수 없다. 월가의 정의대로 대표지수(코스피와 코스닥)는 모두 오르고, 상승 종목도 상장기업 중 절반은 넘어야 대세 상승기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 주가 모두 트럼프 당선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일부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뒤늦게 제시하는 대세 상승론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국내 여건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글로벌 종목(global brokerage)’에 관심을 둬야 할 때다. 국내 종목만 따진다면 내수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 주식이 더 유망해 보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 증시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명하던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간 ‘주식숭배 종료’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벅셔해서웨이의 주식보유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4년 8월에는 석학 간 논쟁이 벌어졌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가 26배로, 20세기 이후 평균 수준인 15배를 웃돌아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 후 잊혀지던 거품 논쟁이 최근 투자 구루와 세계적인 석학 간에 벌어져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년 전부터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해온 실러 교수는 지금은 CAPE가 28배에 달해 적정 수준 20배를 훨씬 웃돈다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랠리의 최대 승자인 버핏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을 더 살 것을 권하고 있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혼재된 미국 증시 앞날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가 결정의 기본인 3대 요인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미국 경기는 작년 2분기를 저점(길게는 2009년 2분기)으로 다시 회복 국면에 놓여 있다. 하지만 분기별 성장률은 들쑥날쑥해 종전 회복기보다 건전하지 못하다.
기업 실적은 비교적 괜찮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에는 매출액과 같은 ‘보이는 경쟁’보다 비용 절감, 생산성 증대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전과 동일한 매출을 올린다 하더라도 수익은 늘어난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창업이 늘어나면서 실적 기대치도 높아지는 추세다.
증시 주변 자금은 유동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려나감에 따라 시중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더 중요한 시장 간 자금 흐름은 ‘금리 상승으로 손실이 커지는 채권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위험선호 투자자 자금만 증시로 유입됐으나 이보다 세 배나 많은 위험기피 투자자 자금이 들어오면 주가는 크게 오르고, 채권시장으로 되돌아간다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경계선에 놓여 있다.
앞으로 미국 주가가 오르더라도 투자자는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는 기저 효과(base effect)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낙관론(상승)과 조정론(하락)이 혼재한 만큼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금까지는 주식이 ‘편한 투자’였으나 앞으로는 ‘불편한 투자’로 변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주가(코스피 기준)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큰 폭으로 올라 뒤늦은 대세 상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증시 참여자 중 개인과 기관투자가보다 외국인 역할이 컸다. 트럼프 당선 직전 대비 주가 상승률 10%, 환차익 7%를 감안하면 외국인 수익률은 17%, 연율로 환산하면 68%에 달한다.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제는 ‘체리 피킹 매력’과 ‘환차익’이 줄어들어 경기 회복 등과 같은 추가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밑도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들어 대세 상승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세 상승론 개념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삼성전자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 몇 개 기업 위주로 코스피지수가 올라간다면 대세 상승기에 진입한다고 볼 수 없다. 월가의 정의대로 대표지수(코스피와 코스닥)는 모두 오르고, 상승 종목도 상장기업 중 절반은 넘어야 대세 상승기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 주가 모두 트럼프 당선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일부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뒤늦게 제시하는 대세 상승론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국내 여건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글로벌 종목(global brokerage)’에 관심을 둬야 할 때다. 국내 종목만 따진다면 내수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 주식이 더 유망해 보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