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요구지만 개별 회사의 무리한 교섭안이라고 치부하기엔 최근 국내 사정이 만만치 않다. 우선 올해 춘투기간이 조기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중앙노동계와 대형사업장 노조가 예년보다 훨씬 강하게 나올 것이 뻔하다. 대선주자와 각 정당이 이런 요구에 맞장구를 치게 되면 산업 현장에는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정치권은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에 정년 추가 연장이나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한 것도 정치권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 의무화’를 명문화하지 않은 탓이 크다. 여기에다 해고와 파견근로제 등 고용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틀어막은 것도 정치권이다. 국가경쟁력에 치명타를 주는 노동계 요구가 올 춘투 시기에 더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동계, 특히 대형 사업장 노조를 약자로 생각하는 국민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술이 바뀌어도 고용이 보장돼야 하고, 정년이 더 연장돼야 한다면 국내에서 신입사원으로 현대차에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사실상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측이 힘의 논리에 밀리지 말고 원칙대로 교섭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언제쯤이나 노동계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대선주자가 나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