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워' 트럼프 움직이는 '유대인 슈퍼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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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드 - 미국 유대인 로비단체 'AIPAC 총회'
트럼프, AIPAC지도부와 간담회…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개막연설
상·하원 535명 중 80% 참석
자금력으로 워싱턴 '좌지우지'…친이스라엘 의원 뽑아 지원
올 총회에선 '정책 변화' 선언…"너무 힘세면 곤란…영향력 분산"
트럼프, AIPAC지도부와 간담회…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개막연설
상·하원 535명 중 80% 참석
자금력으로 워싱턴 '좌지우지'…친이스라엘 의원 뽑아 지원
올 총회에선 '정책 변화' 선언…"너무 힘세면 곤란…영향력 분산"
미국을 움직이는 건 유대인들이라고 한다. 지난 2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워싱턴DC 월터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초대형 행사에서 그들의 파워를 확인했다.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 자리였다. 미국 연방 상·하원의원 535명 중 80%가 참석했다.
“2%가 98%보다 더 큰 힘 과시”
AIPAC은 1954년 미국 내 유대인 지도자들이 만든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과 예루살렘 보호, 새로운 위협 발생 시 미국과 이스라엘 간 공조를 위해 결성됐다. ‘제2의 이스라엘 외무부’로 불린다.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600만명 안팎에 이른다.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98%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자금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다. 그 중심에 AIPAC이 있다. 올해 AIPAC 총회 참석 인원은 1만5000여명. 대부분이 각계에서 활동하는 유대계 지도자다. 초청된 연사들의 면면도 막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개막연설을 통해 “중동 지역을 불안하게 하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망치려는 이란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도 “이스라엘을 괴롭힌다면 유엔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상·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와 척 슈머 등 의회 양당 지도자들 역시 이스라엘을 돕겠다는 연설을 했다. AIPAC 사무국은 “상·하원의원 535명 가운데 약 80%가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AIPAC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따로 불러 만났다.
우호적인 의원 순위 매기기도
AIPAC은 매년 전체 행사에서 이스라엘을 열심히 도운 의원 100명을 뽑아 순위대로 한 명씩 호명한다.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AIPAC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
아시아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AIPAC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김동석 미국시민참여센터(KACE) 이사는 “순위가 낮은 의원들은 명단이 공개되진 않지만 회원들 사이에서 공유된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의 한 정치 평론가는 “지난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모인 기부금이 총 2억달러를 넘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AIPAC은 이런 자금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줄 세우고 친이스라엘 입법에 나서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 대형 전광판엔 10만달러 이상 기부한 500명 이상의 기부자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마지막 날인 28일엔 AIPAC에 참석한 로비스트들이 미국 내 435개 지역구로 나눠 관련 상·하원의원 사무실을 동시 방문했다. 고국 이스라엘을 위한 입법 로비뿐 아니라 해당 지역 내 유대계 기업과 지역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다.
‘한인판’ AIPAC 행사도 4회째
그런 AIPAC이 올해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정책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1996년부터 사무총장으로 AIPAC을 이끌고 있는 하워드 코어 변호사는 “앞으로 소수민족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계만 너무 잘나간다는 인식이 퍼지면 그만큼 반감도 커지기 때문에 미국 내 흑인이나 개신교도, 아시아계들과 연계해 그들의 현안도 챙겨주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유대인들은 영향력을 숨기려고 힘을 나눠주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한인들도 늦었지만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KACE는 2014년부터 AIPAC을 벤치마킹해 워싱턴DC에서 ‘미주 한인 풀뿌리활동 콘퍼런스(KAGC)’를 매년 열고 있다. 올해는 7월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미국 전역에서 800명의 한인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2%가 98%보다 더 큰 힘 과시”
AIPAC은 1954년 미국 내 유대인 지도자들이 만든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과 예루살렘 보호, 새로운 위협 발생 시 미국과 이스라엘 간 공조를 위해 결성됐다. ‘제2의 이스라엘 외무부’로 불린다.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600만명 안팎에 이른다.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98%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자금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다. 그 중심에 AIPAC이 있다. 올해 AIPAC 총회 참석 인원은 1만5000여명. 대부분이 각계에서 활동하는 유대계 지도자다. 초청된 연사들의 면면도 막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개막연설을 통해 “중동 지역을 불안하게 하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망치려는 이란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도 “이스라엘을 괴롭힌다면 유엔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상·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와 척 슈머 등 의회 양당 지도자들 역시 이스라엘을 돕겠다는 연설을 했다. AIPAC 사무국은 “상·하원의원 535명 가운데 약 80%가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AIPAC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따로 불러 만났다.
우호적인 의원 순위 매기기도
AIPAC은 매년 전체 행사에서 이스라엘을 열심히 도운 의원 100명을 뽑아 순위대로 한 명씩 호명한다.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AIPAC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
아시아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AIPAC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김동석 미국시민참여센터(KACE) 이사는 “순위가 낮은 의원들은 명단이 공개되진 않지만 회원들 사이에서 공유된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의 한 정치 평론가는 “지난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모인 기부금이 총 2억달러를 넘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AIPAC은 이런 자금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줄 세우고 친이스라엘 입법에 나서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 대형 전광판엔 10만달러 이상 기부한 500명 이상의 기부자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마지막 날인 28일엔 AIPAC에 참석한 로비스트들이 미국 내 435개 지역구로 나눠 관련 상·하원의원 사무실을 동시 방문했다. 고국 이스라엘을 위한 입법 로비뿐 아니라 해당 지역 내 유대계 기업과 지역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다.
‘한인판’ AIPAC 행사도 4회째
그런 AIPAC이 올해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정책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1996년부터 사무총장으로 AIPAC을 이끌고 있는 하워드 코어 변호사는 “앞으로 소수민족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계만 너무 잘나간다는 인식이 퍼지면 그만큼 반감도 커지기 때문에 미국 내 흑인이나 개신교도, 아시아계들과 연계해 그들의 현안도 챙겨주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유대인들은 영향력을 숨기려고 힘을 나눠주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한인들도 늦었지만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KACE는 2014년부터 AIPAC을 벤치마킹해 워싱턴DC에서 ‘미주 한인 풀뿌리활동 콘퍼런스(KAGC)’를 매년 열고 있다. 올해는 7월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미국 전역에서 800명의 한인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