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신기술 개발과 상생 협력, 투명 경영 등으로 네이버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대표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이버가 국내 기업으로는 흔치 않게 최대주주(이해진 창업자),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모두 다른 사람인 회사가 됐다”며 “이는 사업도 물론 잘해야 하지만 투명 경영이라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물러난 김상헌 전 대표에 이어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6위 기업인 네이버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올해 매출 목표 없다”

한 대표는 공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변동 주기를 15초에서 30초로 늘렸고 노출 순위도 기존 10위에서 20위로 확대했다”며 “29일부터는 해당 검색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흐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서비스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내부적으로 매출 목표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매출을 목표로 하면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내부 조직이나 직원의 행동이 (무리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구체적인 서비스나 사업에 대한) 비난 댓글이 얼마나 줄었느냐 등이 목표로 설정된다”고 소개했다.

한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기술의 지향점을 묻는 말에는 “아직 구체화된 건 없다”면서도 사회의 기술 수용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요즘 중·고교 학생을 보면 타이핑이 굉장히 빠르지만 초등학생 이하는 오히려 시리(애플의 음성 비서)와 대화를 나누는 게 익숙한 걸 볼 수 있다”며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타이핑 대신) 음성으로 대화하는 어르신처럼 이들 세대가 성장하면 음성 명령이 보편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파파고(기계번역) 웨일(웹브라우저) 자율주행차 등을 지난해 11월 처음 공개했지만 기반 기술은 이미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자본이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커 과연 3년 뒤에도 버틸 수 있을지 절박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공익펀드 600억원 조성

네이버는 이날 공익사업을 위한 ‘분수펀드’에 올해만 600억원을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의 공익 재단인 해피빈에 350억원, 창업 및 창작 지원에 250억원이 투입된다. 오는 5월에는 창업 교육 및 지원 공간인 파트너스퀘어가 서울 강남에 이어 부산에서 새롭게 문을 연다. 한 대표는 “소상공인과 개인 창작자를 지원하되 불우이웃돕기처럼 일회성 기부가 아닌 지속가능한 자립을 위해 품질관리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9년 컴퓨터 학습 잡지인 민컴에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나눔기술 홍보팀장, PC사랑 기자 등을 거쳐 검색포털인 엠파스(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검색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한 그는 2012년부터 서비스1본부를 이끌면서 웹툰 웹소설 등 문화 콘텐츠의 수익 모델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부터 서비스 총괄 부사장을 맡아 V라이브 등 모바일에 적합한 글로벌 콘텐츠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탄탄한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50세인 그는 아직 미혼으로 사내에서 “네이버와 결혼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업무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