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가짜뉴스, 진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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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
가짜뉴스가 논란이다. 언론 보도처럼 포장된 거짓 정보가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모 방송은 페이스북을 타고 유포되던 트럼프 후보의 가짜발언을 그대로 인용했다가 큰 오보를 내는 사고를 쳤다. 대선 정국에서 이런 일이 빈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언비어, 괴담이 흘러넘쳐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퍼져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카더라~’는 소문과 한 가닥 팩트가 뒤섞여 말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하나하나 진실을 가리지 않으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다.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대다수는 굳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모양새다. 중증 중독이다.
허위보도는 반성하지 않나
SNS나 일부 인터넷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중파를 비롯한 책임 있는 언론들까지 경쟁적으로 괴담과 유언비어를 옮기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왔던 게 참담한 현실이다. 세월호 관련은 압권이었다. 미국 잠수함 충돌설이 안 먹히자 우리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억측에다, ‘해군이 진상을 숨겼다’는 따위의 음모설이 숱하게 제기됐던 터다. 그렇지만 최근 인양된 세월호는 맨눈으로 봐도 충돌 흔적은 없었다. 결국 온갖 억측들은 모두 허위로 판명된 것이다. 가짜뉴스가 따로 없다. 소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도 어떤 사실관계가 입증됐나? 그러나 해당 언론들은 반성도, 사과도 없다. 하물며 얼마 전 모 언론에선 세월호 뒷부분 왼쪽 램프를 절단한 것을 두고 침몰 사유를 밝힐 증거물을 훼손했다는 주장까지 폈다. 소조기 안에 빨리 인양하려면 램프를 잘라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모를 리 없는데도 말이다. 미국 소고기 광우병 괴담, 한·미 FTA 괴담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이젠 다 안다. 그런데도 달라지는 게 없다.
단순 사실관계 이상의 분석을 필요로 하는 뉴스는 또 다른 차원에서 혼선을 준다. 특히 경제뉴스는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라는 식이다. 물가 상승률이 몇 달째 0%대라며 야단이더니 식자재 등 일부 가격이 오르자 이번엔 물가가 치솟는다고 법석이다. 저축이 늘면 소비 여력이 준다고 하고 저축이 줄면 저축할 돈이 없다고 비판한다. 대한민국은 늘 네팔 부탄 같은 세계적인 빈국보다도 불행한 나라로 그려진다.
'팩트' 없는 뉴스는 주장일 뿐
심지어 통계를 멋대로 해석해 꿰어 맞추기도 한다. 영국의 EU 탈퇴가 왜 벌어졌는지는 심층 분석하지 않고 영국이 재난을 맞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또 어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전망만 되풀이하다가 당선 소식에 뒤통수를 맞은 듯 우왕좌왕이다. 표피만 보는 까닭에 핵심이 없다. 사회 현상을 분석할 지력은 있는지, 게이트 기능은 작동하는지 기본부터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다수 의견을 추종하는 뉴스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보도여야 신뢰를 얻는다. 팩트가 없는 뉴스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가짜뉴스가 문제라고 말하면서 정작 악의적인 허위보도, 고의성 짙은 왜곡보도, 악마의 편집엔 침묵한다. 더구나 자성의 기미조차 없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인가. 가히 언론의 대위기다.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에 구글, 페이스북조차 스스로 기사의 진위를 검증하겠다며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너무 대조된다. 이 땅의 많은 학생이 기자를 꿈꾸며 보도를 읽고 보고 공부한다. 이들에게 무슨 미래를 보여줄 수 있겠나.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
유언비어, 괴담이 흘러넘쳐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퍼져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카더라~’는 소문과 한 가닥 팩트가 뒤섞여 말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하나하나 진실을 가리지 않으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다.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대다수는 굳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모양새다. 중증 중독이다.
허위보도는 반성하지 않나
SNS나 일부 인터넷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중파를 비롯한 책임 있는 언론들까지 경쟁적으로 괴담과 유언비어를 옮기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왔던 게 참담한 현실이다. 세월호 관련은 압권이었다. 미국 잠수함 충돌설이 안 먹히자 우리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억측에다, ‘해군이 진상을 숨겼다’는 따위의 음모설이 숱하게 제기됐던 터다. 그렇지만 최근 인양된 세월호는 맨눈으로 봐도 충돌 흔적은 없었다. 결국 온갖 억측들은 모두 허위로 판명된 것이다. 가짜뉴스가 따로 없다. 소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도 어떤 사실관계가 입증됐나? 그러나 해당 언론들은 반성도, 사과도 없다. 하물며 얼마 전 모 언론에선 세월호 뒷부분 왼쪽 램프를 절단한 것을 두고 침몰 사유를 밝힐 증거물을 훼손했다는 주장까지 폈다. 소조기 안에 빨리 인양하려면 램프를 잘라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모를 리 없는데도 말이다. 미국 소고기 광우병 괴담, 한·미 FTA 괴담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이젠 다 안다. 그런데도 달라지는 게 없다.
단순 사실관계 이상의 분석을 필요로 하는 뉴스는 또 다른 차원에서 혼선을 준다. 특히 경제뉴스는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라는 식이다. 물가 상승률이 몇 달째 0%대라며 야단이더니 식자재 등 일부 가격이 오르자 이번엔 물가가 치솟는다고 법석이다. 저축이 늘면 소비 여력이 준다고 하고 저축이 줄면 저축할 돈이 없다고 비판한다. 대한민국은 늘 네팔 부탄 같은 세계적인 빈국보다도 불행한 나라로 그려진다.
'팩트' 없는 뉴스는 주장일 뿐
심지어 통계를 멋대로 해석해 꿰어 맞추기도 한다. 영국의 EU 탈퇴가 왜 벌어졌는지는 심층 분석하지 않고 영국이 재난을 맞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또 어떤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전망만 되풀이하다가 당선 소식에 뒤통수를 맞은 듯 우왕좌왕이다. 표피만 보는 까닭에 핵심이 없다. 사회 현상을 분석할 지력은 있는지, 게이트 기능은 작동하는지 기본부터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다수 의견을 추종하는 뉴스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보도여야 신뢰를 얻는다. 팩트가 없는 뉴스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가짜뉴스가 문제라고 말하면서 정작 악의적인 허위보도, 고의성 짙은 왜곡보도, 악마의 편집엔 침묵한다. 더구나 자성의 기미조차 없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인가. 가히 언론의 대위기다.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에 구글, 페이스북조차 스스로 기사의 진위를 검증하겠다며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너무 대조된다. 이 땅의 많은 학생이 기자를 꿈꾸며 보도를 읽고 보고 공부한다. 이들에게 무슨 미래를 보여줄 수 있겠나.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