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정보기술(IT) 중견기업의 창업 2세들이 대표이사에 오르거나 단독대표가 되는 등 속속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충분한 경영수업을 거쳐 대표이사 내지 단독대표로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라이콤은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김중헌 회장의 장남 김성익 씨를 대표(사장)로 신규 선임했다. 기존 김중헌 단독대표에서 김중헌·김성익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1982년생인 김 신임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증권 투자은행(IB)본부 인수합병(M&A)팀을 거쳤다. 2010년 2월 이라이콤에 입사, 7년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에 올랐다. 김 대표의 회사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2%다.

이라이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소형가전 등에서 광원 역할을 하는 부품인 ‘백라이트’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3060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고객군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양이엔피도 2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 회사는 지난 27일 김재수·강병수·김재만 각자대표에서 김재수·김재만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오너인 김재수 회장 아들 김재만 사장은 지난 1월 각자대표에 취임했다. 이번에 삼성전자 출신 강병수 대표가 사임, 2세 경영을 위한 준비가 본궤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1974년생인 김 대표(지분율 0.01%)는 2011년 입사해 6년 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관계사 오리엔텍에서도 근무하며 경영 감각을 키웠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과 TV, 셋톱박스 등에 쓰이는 전원공급장치(SMPS) 제조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4640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기존 전자기기 부문 시장지배력을 높이며 태양열전지와 LED(발광다이오드)조명 등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비코전자는 김제영 회장의 아들 김창수 사장이 지난 24일부터 단독대표를 맡았다. 기존 이종만·김창수 각자대표에서 김창수 단독대표로 변경됐다. 김 대표는 아비코전자에 2014년 1월 입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김창수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고 이종만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직을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06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을 달성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PC, TV 등의 기초소자 부품으로 쓰이는 인덕터 및 저항기가 주력이다. 1978년생인 김 대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아비코전자 지분이 아직 없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