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위험의 감수
정확히 연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근 20년 교수 생활을 하면서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경영학과 졸업생이 경제학과 졸업생에 비해 금전적으로 부유하다. 특히 학교를 위한 모금에서 경영학과 동문회가 나서면 경제학과 동문에 비해 훨씬 많은 금액을 모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 경영학과 졸업생과 경제학과 졸업생의 이런 소득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일단 능력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 대학 입학 당시의 능력도 별 차이가 없는 데다 수업을 해봐도 어느 한쪽 학생들이 더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위험의 감수
내 생각에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위험에 대한 태도라고 본다. 경영학과 학생들은 좋게 말하면 아주 도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모한 면이 있다. 실패 확률이 높은 일에도 경제학과 학생들에 비해 용감하게 도전하기 때문이다. 반면 꼼꼼히 따지고 분석하는 경제학을 배워서인지 경제학과 학생들은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경영학과 학생들에 비해 겁이 많다. 그래서인지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 경영학과 졸업생에 비해 경제학과 졸업생은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는 경제학과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풍족하지 않지만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면 경영학과 졸업생들은 아무리 전망이 좋은 사업을 한다고 해도 사업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있을 것이고 실패하는 이도 반드시 생길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해서 성공하면 안정된 월급쟁이보다 수십 또는 수백 배의 소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경영학과 동문의 모금액을 경제학과 동문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투자할 때는 수익성과 함께 안정성을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도 결국은 투자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시절의 투자는 평생 우리의 소득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어느 분야에서 일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익성보다 안정성만 추구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당연히 수익성이 낮아지게 된다. 더구나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직업이 곧 안정성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조금 불안정하게 느껴지더라도 수익성을 보고 인생을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