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닷컴] "손연재 XX"…순간의 짜릿함 느끼려 '악플 다는 중독자들'
펜은 칼보다 강하다. 폭력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한 줄짜리 글 때문에 사람이 죽거나 다치기도 한다. 모바일 시대엔 길 위나 지하철 안에서도 이런 폭력이 자행된다. 범행도구는 손가락이다.

인터넷 악성 댓글(악플) 문제는 스포츠 스타 같은 유명인이 대상일수록 심각하다. 이들은 악플 작성 누리꾼(악플러)을 고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악플 세례를 받곤 한다. 한경닷컴이 단독 보도해 고소 사실이 알려진 전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사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손씨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난에 지속적으로 악플을 달아온 누리꾼 40여명을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선수 생활 내내 악플에 시달리던 그는 최순실 사태 이후 이와 관련한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의 집중 공격까지 받았다. 손씨와 그의 소속사는 그나마도 비방 수위가 높았던 누리꾼들만 고소했다.

악플은 범죄다. 인터넷에 타인을 비방하는 목적의 글을 게재했다 고소당할 경우 욕설이나 사실 적시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럼에도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긴 요원한 모양새다. 악플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사이버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악플을 포함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는 2014년 6241건에서 2015년 1만202건으로 63% 늘었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된 이후 누리꾼들은 자신의 표현에 누군가 반응하는 것을 심리적 보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자극적이고 강한 표현의 악플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타인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내가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인정 욕구와 동시에 내가 누구인지는 몰랐으면 좋겠다는 익명성이 나타난다는 게 악플의 특징”이라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대면하지 않는 구조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가벼이 여기게 한다”고 짚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