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리포트] 명품 수제화 거리, 냄새 없는 축산시장…성동구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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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323억 들여 '성수·마장동 프로젝트'
재도약 나선 '수제화 메카'
구두테마공원·공동판매장…디자이너 발굴·'구두 장인' 육성
낡은 공장지대·빈 창고 활용, 예술 창작공간·카페거리 조성도
'먹방 성지' 도전하는 축산시장
악취 방지 친환경시스템 구축, 도매시장서 먹거리 명소로
PB상품 개발·홍보관 등 마련
재도약 나선 '수제화 메카'
구두테마공원·공동판매장…디자이너 발굴·'구두 장인' 육성
낡은 공장지대·빈 창고 활용, 예술 창작공간·카페거리 조성도
'먹방 성지' 도전하는 축산시장
악취 방지 친환경시스템 구축, 도매시장서 먹거리 명소로
PB상품 개발·홍보관 등 마련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2층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성동구가 서울시, 서울메트로 등과 함께 세운 구두 테마전시관 ‘슈스팟’이다. 한국 수제화산업의 역사를 안내판과 영상화면에 오롯이 담고 있다. 수제화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에는 장인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작업 도구도 전시돼 있다. ‘대한민국 수제화 1번지’로 불리는 성수동의 단면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국내 수제화산업은 6·25전쟁 직후 미군 중고 군화를 수선해 판매하는 업체가 자리 잡기 시작한 서울 염천교 일대에서 태동했다. 1970~1980년대에는 패션의 중심지 명동으로 주 무대를 옮겼다가 1990년대 들어 성수동에서 꽃을 피웠다. 1960년대 말 금강제화 본사가 성동구 금호동에 자리 잡은 이후 1990년대 말까지 금강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국내 3대 구두 브랜드의 생산공장이 성수동에 있었다.
그러나 호시절은 길지 않았다. 중국산 저가 상품이 밀려들어오고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잇달아 겪으면서 성수동은 휘청댔다. 장인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작업장은 나날이 열악해졌다. 성수동 수제화 공장은 한때 900여개에 달했으나 지금은 300여개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한민국 수제화 메카’ 성수동
서울 성동구가 수제화산업 재도약을 선언했다. 간판 상품인 수제화를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성동구는 성수동 일대를 2014년 서울시 도시재생 시범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2018년까지 105억원을 지원받는다.
지난 3년은 도시 재생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소공인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성수역과 뚝섬역 인근에 수제화 공동판매장을 열었다. 성수근린공원엔 구두 테마공원을 조성해 2014년부터 매년 수제화 거리장터 ‘슈슈마켓’을 열고 있다.
앞으로는 성수동 전체를 문화관광지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오는 7월 출범하는 수제화 특화사업 추진 거점기관 ‘디자인 팩토리(가칭)’가 컨트롤타워가 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이곳은 신진 디자이너 발굴과 수제화 장인 육성, 온·오프라인 판매와 홍보 등 수제화 디자인에서 생산, 유통을 통합 관리·지원한다.
성동구는 수제화 타운을 ‘볼거리’와 ‘살거리’뿐만 아니라 ‘즐길거리’도 풍성한 곳으로 꾸밀 방침이다. 구두 판매와 문화행사를 병행할 ‘잇슈마켓’도 문을 연다. 수제화 상징 포토존과 구두 테마관광코스 등도 조성된다.
호재는 또 있다. 2010년께부터 수제화 타운 일대의 빈 창고와 공장에 둥지를 트는 젊은 예술가가 늘어나면서 성수동은 ‘카페거리’로 떠올랐다. 이들은 천장이 높고 장식이 거의 없는 공장 건물을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문화공간이나 작업공방으로 꾸몄다. 빛바랜 페인트와 녹슨 골조의 적나라함이 뿜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세련된 감각에 매료된 사람이 늘어났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면서 성수동으로 주말 나들이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먹방족(族)’ 유치 나선 마장동
성동구의 또 다른 명물은 국내 최대 규모(11만6150㎡)의 마장축산물시장이다. 2000여개 정육 도·소매상이 있는 이곳엔 연간 200만명이 오간다. 성동구는 이 시장을 먹거리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장축산물시장은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과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에 모두 선정됐다. 2020년 말까지 총 218억원이 투입된다.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 직접 맛집을 찾아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알리는 ‘먹방족(族)’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게 성동구의 전략이다.
그간 개별 소비자, 관광객이 마장축산물시장을 선뜻 찾지 못한 것은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정육 부산물인 유지(油脂)의 악취가 특히 심했다. 성동구는 지난해 6월 유지를 당일에 걷어 바로 처리하는 ‘친환경 일일 특송 시스템’을 갖췄다. 하수구에는 주기적으로 복합효소제 등을 뿌렸다. 악취와 관련한 민원이 크게 줄었다.
올해는 마장축산물시장을 브랜드로 개발할 예정이다. 상반기 박스와 쇼핑백 등의 디자인을 통합한다. 공동브랜드 PB(자체상표)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마장축산물시장에 있는 업체 대부분은 도·소매 업체지만 음식점도 41곳이나 있다. 성동구는 방문객을 위한 쉼터와 홍보관 등을 갖춘 고객센터를 오는 7월 개장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장 옆 청계천 도로변에 대형버스 9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국내 수제화산업은 6·25전쟁 직후 미군 중고 군화를 수선해 판매하는 업체가 자리 잡기 시작한 서울 염천교 일대에서 태동했다. 1970~1980년대에는 패션의 중심지 명동으로 주 무대를 옮겼다가 1990년대 들어 성수동에서 꽃을 피웠다. 1960년대 말 금강제화 본사가 성동구 금호동에 자리 잡은 이후 1990년대 말까지 금강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국내 3대 구두 브랜드의 생산공장이 성수동에 있었다.
그러나 호시절은 길지 않았다. 중국산 저가 상품이 밀려들어오고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잇달아 겪으면서 성수동은 휘청댔다. 장인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작업장은 나날이 열악해졌다. 성수동 수제화 공장은 한때 900여개에 달했으나 지금은 300여개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한민국 수제화 메카’ 성수동
서울 성동구가 수제화산업 재도약을 선언했다. 간판 상품인 수제화를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성동구는 성수동 일대를 2014년 서울시 도시재생 시범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2018년까지 105억원을 지원받는다.
지난 3년은 도시 재생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소공인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성수역과 뚝섬역 인근에 수제화 공동판매장을 열었다. 성수근린공원엔 구두 테마공원을 조성해 2014년부터 매년 수제화 거리장터 ‘슈슈마켓’을 열고 있다.
앞으로는 성수동 전체를 문화관광지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오는 7월 출범하는 수제화 특화사업 추진 거점기관 ‘디자인 팩토리(가칭)’가 컨트롤타워가 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이곳은 신진 디자이너 발굴과 수제화 장인 육성, 온·오프라인 판매와 홍보 등 수제화 디자인에서 생산, 유통을 통합 관리·지원한다.
성동구는 수제화 타운을 ‘볼거리’와 ‘살거리’뿐만 아니라 ‘즐길거리’도 풍성한 곳으로 꾸밀 방침이다. 구두 판매와 문화행사를 병행할 ‘잇슈마켓’도 문을 연다. 수제화 상징 포토존과 구두 테마관광코스 등도 조성된다.
호재는 또 있다. 2010년께부터 수제화 타운 일대의 빈 창고와 공장에 둥지를 트는 젊은 예술가가 늘어나면서 성수동은 ‘카페거리’로 떠올랐다. 이들은 천장이 높고 장식이 거의 없는 공장 건물을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문화공간이나 작업공방으로 꾸몄다. 빛바랜 페인트와 녹슨 골조의 적나라함이 뿜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세련된 감각에 매료된 사람이 늘어났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면서 성수동으로 주말 나들이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먹방족(族)’ 유치 나선 마장동
성동구의 또 다른 명물은 국내 최대 규모(11만6150㎡)의 마장축산물시장이다. 2000여개 정육 도·소매상이 있는 이곳엔 연간 200만명이 오간다. 성동구는 이 시장을 먹거리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장축산물시장은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과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에 모두 선정됐다. 2020년 말까지 총 218억원이 투입된다.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 직접 맛집을 찾아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알리는 ‘먹방족(族)’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게 성동구의 전략이다.
그간 개별 소비자, 관광객이 마장축산물시장을 선뜻 찾지 못한 것은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정육 부산물인 유지(油脂)의 악취가 특히 심했다. 성동구는 지난해 6월 유지를 당일에 걷어 바로 처리하는 ‘친환경 일일 특송 시스템’을 갖췄다. 하수구에는 주기적으로 복합효소제 등을 뿌렸다. 악취와 관련한 민원이 크게 줄었다.
올해는 마장축산물시장을 브랜드로 개발할 예정이다. 상반기 박스와 쇼핑백 등의 디자인을 통합한다. 공동브랜드 PB(자체상표)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마장축산물시장에 있는 업체 대부분은 도·소매 업체지만 음식점도 41곳이나 있다. 성동구는 방문객을 위한 쉼터와 홍보관 등을 갖춘 고객센터를 오는 7월 개장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장 옆 청계천 도로변에 대형버스 9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