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 등 검찰의 영장청구 사유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해 결백을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뭔가 거대한 우리 내부의 모순이 충돌하고 심화되는 듯한 안타까움이 앞선다.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것은 모두의 비극이다. 검찰 특검 헌법재판소에 이어 법원도 박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속으로 유죄가 확정된 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지자들은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구속에 이른 과정이 미심쩍고 불만스럽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바 있다. 그러나 과격하게 울분을 토하는 방식은 유효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냉정함이 더 필요한 곳은 ‘촛불 진영’이다. 구속을 둘러싼 일각의 비하와 악담은 물리력 못지않게 폭력적이다. 언론조차 ‘올림머리 못 하게 돼 고소하다’는 식의 저급한 비아냥에 몰입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극단적 부정으로 대결을 조장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악습이다. 구속이 곧 유죄가 아님은 자명하다.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문명국의 법치다. 전직 대통령을 잡범 대하듯 한다면 잡범수준의 무(無)교양만 드러낼 뿐이다.

가장 경계할 것은 누군가에 대한 단죄를 자신의 순결 입증으로 호도하는 사람들이다. ‘적폐 청산의 요란한 종소리’라며 호들갑떠는 금배지들이 그런 부류일 것이다. 이제 과도한 숭배나 민망한 조롱은 끝내고 사법 공정성 확보에 매진할 때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대도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