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UAE, 원전서 우주개발로 협력 확대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과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 부르즈칼리파 그리고 한국과의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대개 오일달러 덕을 보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UAE가 비석유 산업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에미레이트, 에티하드 등 UAE 항공사의 급성장이 알려지고는 있으나 주문형 반도체, 알루미늄, 방산, 신재생에너지 등에서도 UAE 기업이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UAE가 첨단 분야에서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화성 탐사선 발사 계획이다. 2014년 7월 UAE는 독립 50주년이 되는 2021년에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14년 9월 장관급 연방 독립기관으로 UAE우주청을 설립하고 세계적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더 호프(The Hope)’라고 명명한 화성궤도 우주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더 호프’는 고해상도 카메라 및 적외선·자외선 분광계를 활용해 화성 대기 조사 및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할 예정이다. 또 UAE는 화성탐사선 계획 및 관련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 우주 강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UAE의 화성탐사 계획이 대단한 것은 지금까지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우주선이 미국, 러시아, EU, 인도 등 4개국이 보낸 12개(그중 미국이 7개)밖에 없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도 1998년에 발사한 노조미 위성이 화성으로 가는 도중에 연료부족으로 실패한 뒤 재시도를 못 했을 정도로 화성탐사선은 기술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사업이다. UAE가 제작하는 위성의 크기(중량 1.5t)도 과거 12개 위성(750㎏~3.7t)에 비해서 작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 과학위성인 두바이샛-1, 2를 제작해 UAE에 수출하고 칼리파샛 제작을 기술지원하는 등 UAE의 우주개발 초창기부터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UAE는 화성탐사선 계획 이후 ‘UAE 우주정책’도 발표하는 등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어 정부 간 긴밀한 우주협력관계 수립이 요청돼 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 1월31일 아부다비에서 UAE와 ‘평화적 목적을 위한 우주탐사와 이용에서의 협력에 관한 MOU’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우주분야 과학·기술 활용, 정책 및 인력자원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두바이 우주센터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세부사업 추진을 위해 3월 초 우주 관련 활동에 관한 MOU에 서명했다.

이번 우주협력 MOU 서명은 원전 건설로 구축되고 있는 양국 간 공고한 관계를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UAE는 장기간에 걸쳐 수준 높은 협력이 요구되는 국가다. 바라카 원전만 놓고 보더라도 2020년에 모두 준공된 이후에도 최소 60년의 설계수명 동안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과 UAE원자력공사(ENEC)는 지분 상호투자 및 원전운영법인 공동설립 계약을 60년 기한으로 작년 10월 체결했다.

한국은 2009년 원전 수주 직후 UAE와의 외교관계를 중동지역 국가 중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해 높은 수준의 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2020년에 원전공사가 마무리되고 장기간의 협력이 시작될 시기가 오면 원전 이후의 협력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이번 우주협력 MOU는 이런 장기협력을 향해 양국이 내디딘 첫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강호 < 주 아랍에미리트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