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호조에 경제 심리 회복…박근혜 구속 이후 정치 상황도 안정세
가계부채·미국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악재 여전
정부 "작년 예측했던 상황보다는 나아졌지만 더 지켜봐야"


정책·금융·한은팀 = 수출·생산이 회복세를 보이고 소비도 넉 달 만에 플러스로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선 국면도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말 이후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정치적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날을 내다보면 크고 작은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산재해있어 섣불리 장밋빛 미래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상 최악 수준의 가계부채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대규모 추가 지원으로 논란인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는 언제든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언제라도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정부는 향후 경기를 조심스럽게 낙관하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 세계경기 반등…"경기순환 사이클상 회복 타이밍"

지난 2월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4% 감소했지만 설 연휴 변수를 제외한 1∼2월 전산업생산은 1.0%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소비도 넉 달 만에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불황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기대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점은 앞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국정농단 사태로 어수선했던 국내 정치상황도 이제 안정감을 되찾는 모양새다.

반년이 넘는 컨트롤타워 공백을 끝내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 정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1분기에 집중적으로 조기 집행된 재정이 회복세를 보이는 심리와 맞물려 경기 회복의 마중물 효과를 내면 경기는 더 빨리 되살아 날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중앙재정을 계획(45조7천억원) 대비 5조3천억원 초과한 51조원을 집행하는 등 재정 조기 집행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긍정 요인이다.

세계경기의 회복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2.1%로, 잠정치인 1.9%를 상회했고 고용지표도 회복되는 등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장기간 뒷걸음질 쳤던 러시아, 브라질 경제도 올해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고 일본과 유럽연합 역시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유가 상승에 더해 경기 순환적 요인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이어졌는데 경기순환 사이클상 바닥을 치고 올라갈 때가 됐다"며 "금융위기 이후 부실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는데 이런 것들이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불안한 일자리·가계부채에 짓눌린 소비…G2 리스크도 관건

그러나 소비와 G2(미국·중국) 리스크는 2분기 경기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요소다.

뚝뚝 떨어지는 가계 소비 성향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성장 기조 장기화와 조선·해운 구조조정, 가계부채 급증세 등이 맞물려 소득이 제자리걸음 하는 탓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고 일용직이나 자영업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소비 여건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어 소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조선업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이 지속할 예정인 데다 정부가 올해에는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에서도 기업활력제고법(기활법)을 통해 40건 이상의 사업재편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자가 양산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는 터라 사상 최악 수준으로 치달은 청년실업률이 내려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도 소비를 짓누르는 요소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준 금리도 올라가면 가계가 갚아야 할 빚은 더 불어난다.

소비 여력이 좀처럼 생기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 규모가 워낙 크고 금리도 오르고 있다"며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에 부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고 당장 이달 발표되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추가로 경제 보복 조처를 내릴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섣부른 경기 진단을 경계하면서 1분기 재정 조기 집행 효과에 따라 2분기 이후 경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 추가로 제재할 가능성도 있고 보호무역 기조가 어디까지 진전될지도 봐야 한다"라며 "작년 예측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맞지만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이후 경제 성적표는 소비 지표와 G2 리스크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가 반등하지 않는 한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사드 배치 문제가 오래 갈 것이고 가계부채 부담이 늘면서 소비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세종=연합뉴스)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