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의 아메요코 시장 내 고토부키골프숍을 방문한 손님(왼쪽)에게 이 매장의 에비하라 히로시 사장이 야마하 클럽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최진석 기자
도쿄 우에노의 아메요코 시장 내 고토부키골프숍을 방문한 손님(왼쪽)에게 이 매장의 에비하라 히로시 사장이 야마하 클럽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최진석 기자
지난 1일 일본 도쿄 우에노의 아메요코 시장 내 고토부키골프숍에는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50~70대로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히로코 혼다 씨는 “나이가 70세에 가까워지니 거리가 줄어 골프를 그만둘까 하다 거리 전용 클럽 이야기를 듣고 시타를 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 매장의 야스모토 마사아키 사장은 “작년 하반기 골프용품 업체들이 비거리를 늘려 주는 신제품을 내놨다”며 “그중 야마하의 ‘인프레스 UD+2(유디투)’ 클럽을 찾는 고객들이 크게 늘면서 용품업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UD+2는 5번 아이언을 잡아야 할 거리도 7번 아이언이면 충분할 정도로 반발성이 좋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일본 골프용품업계에 ‘비거리 늘리기’ 바람이 불면서 시장 판도도 변하고 있다. 아이언 판매 1, 2위 브랜드가 순위 바꿈을 한 것. 현지 업계에 따르면 아이언 부문 부동의 판매 1위였던 던롭의 젝시오9이 야마하 인프레스 UD+2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갔다. 야마하가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건 1982년 이 회사가 골프 클럽을 처음 개발한 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야스모토 사장은 “더 의미 있는 건 반짝 1위가 아니라 작년 9월 신제품 출시 후 6개월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인 GFK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야마하 UD+2 클럽이 6700세트가량 판매됐다. 젝시오9 판매량(6200세트)보다 많은 수치다.

도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요코하마의 미나토코우호쿠에 있는 아리가엔골프숍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 매장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사용하던 클럽을 들고 와 UD+2 등 다른 클럽들로 비교 시타해볼 수 있도록 한 뒤 판매량이 늘었다. 사이토우 야스시 점장은 “야마하 UD+2가 출시된 후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다”며 “다른 브랜드 매출이 정체 또는 하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10% 증가는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UD+2가 입소문이 나면서 골프를 떠난 고령 골퍼 일부가 다시 돌아오는 효과도 봤다”고 덧붙였다.

UD+2는 헤드스피드가 35~45m/s로 다소 느린 골퍼들을 겨냥했다. 반발계수가 0.815로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반발계수 한계 규정(0.83)을 만족시키면서 거리 확대를 노렸다. 이 제품을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오리엔트골프의 황성현 사장은 “일본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규정을 벗어나는 클럽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UD+2는 공인 규정을 지키면서 비거리를 10~20야드 늘렸다는 점이 골퍼들의 입소문을 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UD+2 아이언은 중심을 낮고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블레이드 언더 커트’ 구조로 설계했다. 탑블레이드 안쪽은 최대한 얇게 깎고, 여기서 나온 남은 중량을 솔의 뒤쪽에 배치한 것이다. 황 사장은 “UD+2 7번 아이언의 로프트각은 26도로 투어용인 리믹스 시리즈의 216 아이언 30도보다 4도 낮게 설계됐다”며 “각도를 낮추면서 중심도 함께 낮춰 볼이 높게 잘 뜰 수 있게 만들어 비거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야마하는 UD+2 풀세트를 묶어 ‘인프레스(inpress)’라는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UD+2는 국내에서도 지난달 출시됐다. 이동헌 오리엔트골프 부사장은 “판매 초기임에도 전국의 유통점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며 “골퍼들이 기존 클럽과 비교 시타를 통해 UD+2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