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클럽 덜 잡아도 충분"
고반발 성능 '입소문' 타고 6개월째 일본시장 판매 1위
'부동의 1위' 젝시오 제치고 34년 만에 처음 선두 올라
거리 짧은 시니어골퍼에 인기…국내에서도 지난달 선보여
일본 골프용품업계에 ‘비거리 늘리기’ 바람이 불면서 시장 판도도 변하고 있다. 아이언 판매 1, 2위 브랜드가 순위 바꿈을 한 것. 현지 업계에 따르면 아이언 부문 부동의 판매 1위였던 던롭의 젝시오9이 야마하 인프레스 UD+2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갔다. 야마하가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건 1982년 이 회사가 골프 클럽을 처음 개발한 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야스모토 사장은 “더 의미 있는 건 반짝 1위가 아니라 작년 9월 신제품 출시 후 6개월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인 GFK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야마하 UD+2 클럽이 6700세트가량 판매됐다. 젝시오9 판매량(6200세트)보다 많은 수치다.
도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요코하마의 미나토코우호쿠에 있는 아리가엔골프숍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 매장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사용하던 클럽을 들고 와 UD+2 등 다른 클럽들로 비교 시타해볼 수 있도록 한 뒤 판매량이 늘었다. 사이토우 야스시 점장은 “야마하 UD+2가 출시된 후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다”며 “다른 브랜드 매출이 정체 또는 하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10% 증가는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UD+2가 입소문이 나면서 골프를 떠난 고령 골퍼 일부가 다시 돌아오는 효과도 봤다”고 덧붙였다.
UD+2는 헤드스피드가 35~45m/s로 다소 느린 골퍼들을 겨냥했다. 반발계수가 0.815로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반발계수 한계 규정(0.83)을 만족시키면서 거리 확대를 노렸다. 이 제품을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오리엔트골프의 황성현 사장은 “일본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규정을 벗어나는 클럽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UD+2는 공인 규정을 지키면서 비거리를 10~20야드 늘렸다는 점이 골퍼들의 입소문을 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UD+2 아이언은 중심을 낮고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블레이드 언더 커트’ 구조로 설계했다. 탑블레이드 안쪽은 최대한 얇게 깎고, 여기서 나온 남은 중량을 솔의 뒤쪽에 배치한 것이다. 황 사장은 “UD+2 7번 아이언의 로프트각은 26도로 투어용인 리믹스 시리즈의 216 아이언 30도보다 4도 낮게 설계됐다”며 “각도를 낮추면서 중심도 함께 낮춰 볼이 높게 잘 뜰 수 있게 만들어 비거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야마하는 UD+2 풀세트를 묶어 ‘인프레스(inpress)’라는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UD+2는 국내에서도 지난달 출시됐다. 이동헌 오리엔트골프 부사장은 “판매 초기임에도 전국의 유통점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며 “골퍼들이 기존 클럽과 비교 시타를 통해 UD+2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