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 인도, 브라질, 베트남 등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지난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통화 강세 속에 신흥국 주식형펀드로 글로벌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 등 각종 이벤트를 앞두고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주요 신흥국 증시 주가지수는 일제히 6~11%씩 급등했다. 홍콩H지수가 가장 높은 상승률(11.10%)을 기록했고, 인도(10.91%), 브라질(8.80%) 베트남(8.36%) 등이 8% 이상 상승했다.

국내에 설정된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서도 연초 이후 신흥국 펀드들이 자금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가 석 달 새 1169억원(지난달 30일 기준)의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신흥아시아(618억원) 러시아(468억원) 베트남(201억원) 등의 신흥국 펀드로 각각 200억~600억원씩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1분기 랠리로 신흥국 증시의 가격 매력이 줄어들었다며 2분기에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흥국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2.3배로 지난 3년 평균(11.4배)을 웃도는 수준이다.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전환하면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따라 국가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유입 자금의 90%가량은 단기성 자금이라 달러의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내수 비중이 높은 인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러시아 증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러시아 증시의 평균 PER은 5.3배에 불과하다.

가격 매력도는 낮지만 안정적인 성장과 정책 기대감이 높은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도 주목할 만한 신흥국으로 꼽혔다.

이소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도는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이 압승해 모디노믹스(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베트남은 해외 자본 유치와 인프라 투자에 기반한 성장 정책을, 필리핀은 2017~2022년 개발계획 발표와 조세개혁안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