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등 제2금융권까지 신규 아파트 집단대출을 중단하면서 분양시장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중도금 또는 이주비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회사와 인지도가 낮은 지방 사업장은 신규 분양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익성이 낮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도 이주가 늦춰지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풍선효과를 우려해 제2금융권까지 집단대출을 규제하면서 건설사들은 자금줄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1분기까진 금리가 높아지더라도 2금융권이 있어 어떻게든 대출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대출 자체를 못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꽉 막힌 주택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창구 막혀…신규분양 급감 가능성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작년 8월 말부터 올 1월 말까지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맺지 못한 주택사업장은 전체 52개 분양 사업장 가운데 37곳에 달했다. 총 9조원, 3만9000가구가 중도금을 빌려줄 금융사를 구하지 못했다. 특히 지방과 중견 건설사의 피해가 뚜렷했다. 대출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 중에는 분양계약률 95%를 넘긴 우수사업장(26곳)과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목표로 한 공공택지 사업장(17곳)도 여럿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올 들어 1차 중도금 납부 시기를 연장한 사업장이 속출했다. 상당수는 당분간 아예 집단대출처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신규 분양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낮거나 서울 강남권 등 계약자가 스스로 중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역에 한해서만 분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요지의 정비사업장마저 이주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방이나 중소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내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의 부담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는 작년 5월 연 3.2~3.7%에서 올 3월 연 3.46~4.13%로 최고 0.43%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금리는 연 4.5%에 이른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사업성과 지역, 수요층을 따져 더 정교하게 맞춤형 대출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