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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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세계적 클래식 축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한국인 성악가 한 명이 올랐다.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의 여주인공 엘비라 역을 맡은 소프라노 여지원(사진)이었다. 무명에 가까운 성악가가 안나 네트렙코, 안젤라 게오르규 같은 유명 프리마돈나급 대우를 받은 것. 이탈리아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그를 직접 발탁해 이날 함께 공연했다는 점도 놀라웠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과 초절 기교, 뛰어난 음악적 해석에 많은 사람이 “무티의 안목이 정확했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오는 6일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7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여지원이 마에스트로 무티와 함께 ‘무티 베르디 콘서트’를 펼친다. 한국에서 무티와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지원은 3일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티와 계속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 여전히 가슴이 뛴다”고 했다.

여지원은 자신을 ‘노래를 잘한 적 없던 아이’라고 소개했다. 성악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남들보다 훨씬 늦은 고교 2학년 때였다.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했지만 잘 부르진 못했어요. 성악을 배운 뒤 노래를 잘하는 친구를 보고 부러운 마음에 저도 배우기 시작했죠.” 서경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을 결정했을 때도 지인들은 대부분 말렸다. 하지만 그는 파르마이리고보이토 국립음악원을 거치며 끊임없이 소리를 가다듬었다.

무티와의 만남은 2013년 기적처럼 찾아왔다. 오페라 ‘맥베스’ 오디션을 보던 중 연출자 크리스티나 무티가 자신의 남편인 리카르도 무티를 불렀다. 무티는 여지원에게 “의외로 잘 어울린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소리보다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무티와 함께 베르디의 명작을 선보인다. ‘맥베스’의 레이디맥베스가 부르는 아리아 ‘일어서라, 지옥의 사자들이여’, 오페라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 중 엘레나의 아리아 ‘아리고, 아! 당신을 용서하려는 사람에게’, 오페라 ‘에르나니’ 중 엘비라의 아리아 ‘밤이 내려와’ 등을 부른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역할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8월 그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를 무티와 오른다. 네트렙코와 오페라 ‘아이다’의 주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