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해결과 관련해 중국에 ‘양자택일(兩者擇一)’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을 돕든지, 아니면 보복을 감수하라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다. 북한과의 ‘1 대 1 협상’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거래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북한을 동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북핵 최후통첩'] "중국이 돕지 않으면 북한과 1 대 1로 붙겠다"…시진핑에 '북핵 양자택일' 요구한 트럼프
트럼프, 북핵 해결에 자신감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 없는 북핵 해결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미국은 2009년 말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하며, 중국이 그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이란 등 중동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그러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순 아시아 순방 때 전략적 인내 정책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데도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쏟아냈다. 다만 해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FT 인터뷰에서는 ‘중국 없이도 북핵을 해결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더 얘기할 필요 없다. 완전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모든 옵션엔 대화도 포함

관심은 트럼프 정부가 북핵 해결에 쓸 수 있는 전략적 카드에 쏠린다. 미 언론들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지난 2월 말부터 해온 ‘대북정책 재점검’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거론돼온 대북정책 옵션은 경제·금융제재 압박 강화 조치에 더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선제 타격,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김정은 일가 자산 추적·동결, 대북 사이버전 강화,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등이었다.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와 미사일 방어시스템 강화 등도 거론됐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가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라고 했다. 그는 “북·미 간 물밑 대화가 3월 중순 이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해결 발언에는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조건만 잘 맞는다면 전혀 예상치 않았던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겨냥한 양면전략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도 북핵 해결의 ‘마지막’ 기회를 남겨둔다는 방침이다. 예측을 불허하는 북한 정권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뒤따를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기보다 중국이 중간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줄 경우 리스크도 줄어들고, 외교적 성과도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해결에 나설 때 제공할 인센티브와 관련, “무역이 될 것이다. 무역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교역국들의 불공정 무역행위 전수 조사 △반덤핑·상계관세 미(未)회수금 징수 △북한·이란 수출규정 위반 기업 제재 등 중국을 겨냥한 경제 제재를 잇따라 내놨다.

이는 북핵 해결과 통상 분쟁에서 중국을 움직이게 할 카드들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조작이나 통화가치 평가절하 등을 얘기할 때 중국은 세계 챔피언”이라면서 “오바마를 포함한 전임 정부들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드워드 루스 FT 칼럼니스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주요 목표는 무역 전쟁을 피하는 것”이라며 “두 정상이 첫 회담을 통해 어느 선에서 북핵과 통상문제를 타협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